실질근로소득 5분기만에 감소 전환...지출은 5.2%↑ '오름세'
2024.02.29 12:00
수정 : 2024.02.29 15: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계속되는 고물가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근로 소득은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사업소득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부모급여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4·4분기 가계 소득은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실질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다.
소득항목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31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5% 늘며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3%로 감소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고용 상황은 좋았지만, 취업자 수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둔화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 소득은 67만1000원으로 17.7% 증가했다. 부모 급여 등 자녀양육 관련 지원금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근로 및 사업 소득은 오히려 1.9%, 1.7% 뒷걸음질쳤다. 사실상 지난해보다 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 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4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4·4분기는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 모두 수치상으로는 1%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소비 지출 증가율은 2022년 3·4분기 이후 1년 반째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소비 지출은 월세 등 주거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주거비가 포함된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9.5% 늘며 전분기(7.9%)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을 뺀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 늘어난 404만4000원을 기록, 처음으로 400만원을 넘어섰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1만원으로 0.1%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9.9%였다.
가계 지출은 4·4분기 381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5.2% 늘었다. 연간으로 봐도 월 평균 소비지출은 279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5.8% 증가했다. 실질소비지출은 2.1% 늘었다.
소비자 물가 상승을 고려 한 실질 소비 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3.4%), 의류·신발(-4.2%), 가정용품·가사서비스(-3.5%) 등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금액은 늘었지만 손에 들어온 실물은 줄었다는 의미다.
이 과장은 "연간 가구당 월평균지출은 증가했고 주류담배 통신 제외 모든 분야에서 증가했다"며 "코로나 물가상승 영향으로 실질소비지출은 감소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에 서민 월평균 29만원 '적자 살림'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서민층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17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었다.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했지만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감소했다.
4분기 전체 소득분위 중 1분위만 가계 지출과 소비 지출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가구의 가계 지출은 147만원으로 0.5%줄었다. 1분위 소비 지출은 1.6% 감소했다. 특히 교육비(-52.4%) 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 1분위 가구는 월 평균 29만1000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은 29.4%였다.
반면 고소득 가구인 5분위 가구의 4·4분기 월 평균 소득은 108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3.6%) 늘었다. 가계지출은 721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 늘어 모든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1분위 처분 가능 소득이 5분위 처분 가능 소득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분배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1년 전(5.55배)보다 축소됐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분배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