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건 징역 5년 확정, 유족 "기습 공탁이 영향 미쳤다"

      2024.02.29 12:01   수정 : 2024.02.29 15: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낮 시간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5년의 형을 확정했다. 피해자 유족은 "가해자가 대형 로펌 전관 출신을 선임했고, 기습 공탁까지 감행했었다"면서 "형사공탁제도는 가해자를 위한 잘못된 제도이니 바꿔달라"고 말했다.

2심서 7년→5년 감형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찰의 상고를 29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특가법상 도주치사·위험운전치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57분께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후문 앞 이면도로 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교 3학년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그는 시속 11.8km로 좌전하다 사고를 냈다. 검찰은 A씨가 사고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한때 자신의 거주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고 봤다. B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시간 10여분 뒤 끝내 숨졌다. 1심은 "죄질과 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후 주차장까지 이동 거리가 20~30m 정도로 비교적 짧은 점 △스스로 사고 현장으로 돌아오기까지 소요 시간이 45초인 점 △차량을 숨길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현장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로 밝힌 점 △주변에 119 신고를 요청한 점 △음주측정에 응한 점 △뒤늦게나마 일부 구호조치를 한 점 등을 감안해 “도주치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징역 7년의 형은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무죄 부분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고 양형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2심에선 오히려 A씨의 형을 깎아줬다. 항소심 법원은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를 상상적 경합관계로 봤다. 1개의 행위로 여러 개의 죄가 적용될 때 죄명에서 가장 중한 것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양형기준에서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죄와 위험운전치사죄의 권고형 범위는 각각 2~5년이다.이에 따라 양형은 징역 5년으로 줄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하나의 운전행위로 한 번의 교통사고를 내 한 명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죄와 위험운전치사죄가 각각 성립하되,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형사공탁제도 바꿔달라", 유족의 분노
이날 피해자 유족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뒤 취재진에게 "재판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법원은 시대 요구를 반영하는 판결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유족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기습 공탁도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유족은 "가해자가 대형 로펌 전관 부장판사 출신을 쓰고, 2심에서 선고 직전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기도 했다"면서 "모두 금전적 힘이 작용해 이런 판결이 나온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공탁금은 가해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 것으로 본다"면서 "정말 잘못된 제도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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