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20억 못 버는데"...규제 역습? 우리 집 4억 옆 동네는 24억
2024.03.01 14:00
수정 : 2024.03.01 15: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저가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 간의 가격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진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키웠던 '똘똘한 한채' 쏠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KB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매매가는 24억638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에는 24억7671만원이었다. 1년여 동안 하락폭이 0.5%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아파트 하위 20%(1분위) 평균 매매가는 2023년 1월 5억4214만원에서 올 2월 4억9825만원으로 하락했다. 변동률이 -8.0%에 이른다. 저가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올 2월 기준으로 1분위 아파트에서 5분위 아파트로 이동하려면 2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통계를 보면 하위 20%(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2022년 7월 5억8195만원이 최고가격이다. 최고가 대비로는 1억원 하락했다.
전국과 비교하면 서울에서 가격 격차가 유독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의 경우 상위 20%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월 12억5956만원에서 올 2월에는 12억1878만원으로 -3.2%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억2140만원에서 1억1800만원으로 2.8% 하락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저가 집값과 고가 집값 하락폭이 비슷했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서울의 집값 양극화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 수치도 상승하고 있다. 2월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4.945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9월(5.0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가 커진다는 의미다. 강북 아파트 5채 가량을 팔아야 강남 1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KB 통계를 보면 2023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1년여 동안 서울 강북 14개구는 6.50% 떨어진 반면 강남 11개구는 2.82% 하락했다.
이 기간 서울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도봉구로 변동률이 -9.5%를 기록했다. 그 뒤을 이어 노원구(-8.9%), 중랑구(-8.4%), 강북구(-7.5%), 구로구(-7.3%), 관악구(-7.0%) 등의 순이었다.
반면 아파트값 변동률 상위 1위에는 서울 송파구(1.5%), 2위에는 강남구(0.00%) 등 강남권이 차지했다.
랜드마크 단지로 구성된 KB선도지수 50 변동률을 봐도 양극화 격차를 알 수 있다. KB선도 50지수는 지난해 1월 90.1에서 2월 93.6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집값이 하락했으나 수요가 몰리면서 빠르게 반등한 것이다.
똘똘한 한채 쏠림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택했던 방법 가운데 하나다. 여러 주택을 매입해 세금을 더 내느니 강남 1채를 갖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 가격 하락,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노른자 지역에 1채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초양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금리 등 시장환경 변화로 지역간 주택시장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