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온 김에 자동차 은행에서 현금도 찾고 일석이조" 어르신 찾아가는 'KB시니어 라운지'

      2024.03.03 14:13   수정 : 2024.03.03 14:13기사원문


#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50년생 이경자씨는 지난 2월 29일 평소와 같이 노래 수업을 들으러 노인복지관을 찾았다가 은행 업무를 봤다. 매주 목요일 노인복지관 앞에 서 있는 '어르신을 찾아가는 이동 점포' KB시니어 라운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오후 12시30분부터 약 30분간 입출금통장 개설, 현금카드 발급, 현금인출 등 업무를 보고는 "정말 좋은 일 하신다.

다음 명절에는 손주 세뱃돈을 찾을 때도 여기서 찾아야겠다"라며 "다음주 목요일에는 적금통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서창2동 주민 70대 김모씨는 매일 찾는 복지관 앞에 은행 차가 있어서 의아하기도 하고, 또 반갑다고 했다.
그는 "매일 노인복지관에 점심 밥을 먹으로 오는데, 오는 김에 국민은행 이용하면 편하다"라며 "안 그래도 은행 점포가 없어져서 불편했는데 여기로 온다고 하면 돈 찾고 은행 일 보기도 좀 수월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2월 29일 오전 11시20분께 인천 남동구 소래로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는 3·1절 맞이 바람개비 만들기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루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만 700~1000명. 구내식당에서 싼 값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거나, 매시간 운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들으러 오는 '단골' 어르신들이 많다.

이 중 국민은행 고객도 상당수. 업무를 보기 위해 ATM 등을 찾아야 했던 어르신 고객들은 "학교처럼 오는 복지관에 왔다가 은행 일까지 보고 일석이조"라는 반응이었다.

인천 만수동에서 사는 77세 김기정씨는 복지관에 운동하러 왔다가 시니어 라운지에서 '정맥 인증'을 통해 현금 5만원을 인출했다. 김씨는 "카드도 안 가져왔지, 통장도 안 가져왔지. 예전에 정맥으로 등록해놓은 게 있어서 현금 5만원을 인출했다"면서 "은행 갈 때는 주차하기도 어려운데 (복지관 주차장이 있으니) 주차도 걱정 없고, 정맥 인증으로 돈을 뽑으니까 아주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상담을 받는 고객도 있었다. 전날 퇴직했다는 한 60대 남성 고객은 "6년간 매달 연금을 적립했는데 어떤 계좌로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시니어 라운지에서 퇴직연금 수령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 갔다.




어르신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KB국민은행이 운영 중인 KB시니어 라운지는 대형 밴을 개조한 '찾아가는 이동 점포'다. 남동구 노인복지관에서는 지난 22일 업무를 개시해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영업을 시작한 지 두 번째 만에 '단골 손님'을 자처한 어르신도 있다.

입출금 통장 개설 등의 업무를 본 이경자씨는 "은행에 한 번 가면 오래 기다리는 여기는 안 기다려도 되고, 복지관을 이용하다가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서 "목요일마다 오면 계속 업무를 보려고 한다. '국민은행'이라는 이름처럼 문턱이 낮고 친절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평소 동선과 일치 △짧은 대기시간 등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운영한 지 2주 밖에 안 된 만큼 "어떤 업무를 볼 수 있냐", "매주 오는 게 맞냐"라며 아직 낯설어하는 어르신도 많았다. 시니어 라운지 앞을 지나던 한 어르신은 설명을 들은 후에야 "쉽게 말하면 자동차 은행"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하늘 남동구 노인복지관 과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운영되는데 중간 중간 편하실 때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어르신들 이동동선에 맞춰서 입구랑 최대한 가깝게 배치했다"면서 "아직은 KB시니어 라운지에 익숙해지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수민 국민은행 채널혁신부 대리는 "서울 시니어점포는 하루 평균 30~40명 고객들이 이용한다. 차량 점검 때문에 안 가는 날이 있으면 '왜 이번주에는 안 오느냐'라고 문의하는 고객들이 생기기까지 몇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주 1회에서 주 2~3회로 운영 횟수를 늘려달라는 고객 의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어르신을 위한 점포인 만큼 직원과 시설에도 섬세함을 더했다. 대형 밴에 어르신들이 오르고 내리기 쉽게 발판을 설치했다. 또 어르신들이 '보던 직원'을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인천 시니어 라운지에는 매주 같은 직원들이 같은 곳을 찾도록 했다. 예컨대 남동구 노인복지관은 박용성·나승희 경인지역그룹 팀장 두 명이 매주 찾는다.

복지관 내 ATM 설치나 금융교육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고객은 "ATM 수수료가 아깝기는 하지만 입출금 ATM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고객은 "폰 뱅킹을 배워도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 많다. 어려운 업무는 창구에서 상담하고 처리하는 게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국민은행과 복지관에서 금융교육을 계획 중이다.
키오스크 실습처럼 실제로 어르신들이 폰 뱅킹을 활용할 수 있게 실습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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