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본질, 미래를 탐구한다.. '욘'과 '천 개의 파랑'

      2024.03.04 15:29   수정 : 2024.03.04 17:50기사원문

연극계가 근대극을 통해 예술 본연의 역할인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한편, AI시대에 맞춰 로봇 배우를 무대에 세우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먼저 서울시극단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인간의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한 연극 ‘욘(John)’을 선보인다.

근대극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헨리크 입센(1828~1906)이 만년에 쓴,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원작이다. 입센은 세계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인형이 집' 등 총 23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고선웅의 각색·연출로 선보이는 ‘욘’은 젊은 시절에 누렸던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잃고 병든 늑대처럼 8년간 칩거해온 남자 ‘욘’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충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극적으로 그린다. 입센 희곡전집 번역으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은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가 드라마트루그로 참여한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노르웨이의 헨리크 입센이 약 130년 전 제기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여전히 지금 서울의 현실에서도 작동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립극단은 극단 74년 역사상 최초로 로봇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천선란 작가의 동명 공상과학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천 개의 파랑’은 오는 4월 4∼2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소외된 존재들의 연대를 그린 이 작품은 경주마 투데이와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의 우정을 중심으로 방황하는 소녀 연재와 척수성 소아마비를 가진 은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을 위해 특별 제작한 로봇이 콜리를 연기한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키 145㎝에 원작처럼 브로콜리색 몸통을 지닌 로봇은 조명 장치를 제어할 때 사용하는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상반신과 팔, 손목, 목 관절 등을 움직이며 대사를 소화한다. 가슴에는 대사를 발화하는 스피커가 달린다. 장면에 따라 콜리 역할의 인간 배우 김예은의 도움을 받아 움직일 예정이다. 오작동을 대비해 콜리와 똑같은 사양의 ‘커버 배우’도 준비된다.


연출을 맡은 장한새는 앞서 2023년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공모로 선발돼 '과학기술과 예술'을 주제로 이번 작품을 개발했다. 전작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어부의 핵’ ‘마운트’ 등에서 로봇을 매개로 고도화된 기술이 만들어낸 초연결 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무대 위에 구현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로봇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릴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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