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전공의·전임의도 안온다"…대학병원 의료공백 장기화

      2024.03.04 15:38   수정 : 2024.03.04 15: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주 전 정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4일 주요 병원의 첫 평일 업무가 시작됐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병원을 지키던 전임의들마저 사직 행렬에 동참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료 공백이 가중되고 있다.

병원은 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고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중증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안 오고 전임의는 이탈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전임의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 남아 환자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는 의사를 말한다.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데, 상당수 전임의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신규 전임의 계약도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외과계열의 한 A 교수는 "과의 전공의가 12명인데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지난주까지 있었던 전임의도 제 밑에 있던 분들은 모두 재계약하지 않았고 과를 포함해 전임의 대부분이 떠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당 과의 전공의 4년차 4명은 이달부터 전임의로 들어오기로 했었지만 이들마저 계약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소수의 전임의와 교수들만 의국에 남아 있는 셈이다.

서울성모병원의 B 교수도 "새로 들어오기로 했던 전임의는 절반이 안되게 계약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전임의도 계약을 많이 안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임의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원래 정원을 못 채우고 있었는데 이들마저 병원을 떠나서 공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공백을 채웠던 전임의들마저 이탈 행렬에 동참하면서 업무 과부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 교수는 "수술 준비를 비롯해 환자와 면담하고 동의서를 받는 등 전공의 업무는 시간 소요가 많고 노동 집약적인 측면이 있다. 체감상 의사 4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는 것처럼 힘들다"며 "전공의에 의존하던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손이 부족하지만 할 일을 하고 있다"며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다. 빨리 정상화되기 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의 C 교수도 "수술하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급한 수술을 빼고는 다 취소하고 있어 일정이 밀린 환자들에게는 죄송하다"고 했다.

중환자들 우려 가중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마저 떠난 대학병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과의 경우 진료에 차질이 발생했다. 서울성모병원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러 온 박모씨(55)는 "의대 증원 관련 이슈로 인해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문자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불편하지만 원래도 기다렸기 때문에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 공백 장기화로 중증 환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7살 자녀 진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에 방문한 권모씨(38)는 "우리 아이는 뇌수술을 받고 여러 가지 약을 먹고 있는데 상태가 안 좋아져 추가 진료를 받으려고 왔지만 안된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식도암 수술 후 두달 째 입원 중인 40대 송모씨는 "수술이 중단되면서 최근 2주 사이에 병동 환자가 3분의 1로 줄고 병동이 다 비었다"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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