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더 이상 없다

      2024.03.04 18:47   수정 : 2024.03.04 18: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이정표처럼 여겨졌던 총리 폐막 기자회견이 올해부터는 구경할 수 없게 됐다. 중국 당국이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루친지엔 전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리창 총리가 내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회의에서 정부 사업 보고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이어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이번 전인대 이후 몇 년 동안 더는 총리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가 기자 회견을 하지 않게 된 것은 그만큼 현 중국 체제에서 총리의 위상 저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시진핑 1인체제'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과거 총리는 중국 국가 권력 서열 2위이지만, 서열 1위의 국가주석과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라는 한 배를 탄 집단지도체제의 동등한 일원이었다. 둘 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자신의 결정권과 입장을 지닌 중국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대등한 결정권자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진핑 국가주석 1강 체제로 정리된 상황이어서 총리의 위상과 권한도 그만큼 축소됐다. 대통령제 아래 총리 같은 지위로 바뀐 셈이다.

이로써 1991년 리펑 전 총리가 기자회견을 실시한 이후 1993년부터 정례화되어 온 중국 총리의 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이 약 3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초유의 3연임 집권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 임기인 오는 2028년 3월까지는 이 기자회견이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의 서열 2위이자 중앙정부 수장인 국무원 총리는 통상 연례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공작보고(정부업무보고)를, 폐막일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다.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취재 환경이 까다로운 중국에서 국가 최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기자들을 마주해 질문을 받는 매우 드문 기회였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리커창 전 총리,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때 깜짝 발언

지난해 물러난 리커창 전 총리는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 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발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 전 총리가 언급한 수치는 그간 중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던 내용이었고, 시 주석이 선전해온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샤오캉' 사회 완성에 대한 반박으로 읽힐 수 있어 파장이 컸었다.

그러나 리커창 전 총리는 이듬해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민감한 질문에 메모를 쳐다보는 등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고, 이런 경향은 2022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전인대를 통해 총리에 취임한 리창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미중 협력의 필요성, 부패 문제 무관용 등 입장을 피력했으나 준비를 벗어난 발언은 없었다.

이날 러우 대변인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미디어센터에서 부장(장관) 기자회견과 부장이 전인대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받는 방식인 '부장 인터뷰'의 횟수와 참가 인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국무원 관련 부문의 주요 책임자가 외교·경제·민생 등 주제에 관해 내·외신 기자 질문에 답함으로써 정책 조치와 사회적 관심 문제에 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하도록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리창 총리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장이던 때 비서실장이었던 핵심 측근이다. 그런 점에서 총리 역할이 '시진핑 대리인'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난 '시진핑 1·2기' 10년 동안 국무원을 이끈 리커창 전 총리는 2인자이자 경제 사령탑으로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과는 명확히 대비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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