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남극 3,500m 두께 얼음 속 탐사한다
2024.03.05 11:09
수정 : 2024.03.05 11: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한국이 남극의 두꺼운 빙하 속과 그 아래에 지형과 특성을 탐사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다.
극지연구소는 한국이 주도해 개발한 레이더 기술로 남극에서 3500m 두께의 빙하 탐사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빙하는 과거 기후가 기록돼 있어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자료로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 이주한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와 함께 개발한 심부빙하투과 레이더를 활용해 지난해 말 남극 내륙 돔C 지역을 탐사했다. 돔C 지역은 남극에서 가장 두꺼운 빙하가 있다고 알려진 곳 중 하나로 해안가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와 약 1300㎞ 떨어져 있다.
빙하 레이더는 경비행기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됐으며 헬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탐사반경이 6배 이상인 1500㎞까지 늘어났다. 총 탐사 거리는 2800㎞, 레이더로 확인한 빙하의 평균 두께는 3000m에 달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4년간 연구 끝에 최대 4000m 깊이까지 정밀 분석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탐사에서 빙하층은 물론 빙하 아래 남극 대륙의 구조, 빙저호의 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각 데이터를 얻었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과 보완 과정을 거쳐 앞으로 3년간 심부빙하시추 후보지역을 선별하기 위한 추가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부빙하는 최소 1000m 이상의 깊이에 존재하는 빙하로 내부의 오래된 빙하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심부빙하시추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이다. 정확한 위치 선정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레이더 탐사는 시추 전 성공률을 높이는 필수작업이다.
앞서 극지연구소는 장보고기지에서 레이더 탐사지까지를 포함해 약 2200㎞의 육상루트 개척에 성공한 바 있다.
이주한 미래기술센터장은 “남극의 빙하는 지구에서 옛날 기후가 가장 촘촘하게 기록된 지구의 사료다. 이번 빙하 레이더 탐사의 성공으로 한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순조롭게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