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신청에 뿔난 의대생…대학, 개강 연기 이어져
2024.03.06 14:26
수정 : 2024.03.06 14:30기사원문
의대생 사라진 캠퍼스
지난 5일 찾은 서울 주요 의대에서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에 지나다니는 사람 대부분 간호대 혹은 대학원생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대 역시 의대 학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의대 강의실과 실험실도 모두 비어 있었다.
가톨릭 의대 학생 A씨는 "주변 친구들 모두 휴학계를 냈다"며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입장에 모두 동의한다"고 전했다.
의대협은 지난달 26일 △의대 증원 백지화 △의대생 의견 수렴 △휴학 권리 침해 중단 △실습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의대생 휴학 신청은 1만3698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72.9%에 달한다. 다만 교육부는 이후 '유효한 휴학 신청'이 지난 4일 오후 6시 기준 5401건, 신청률 28.7%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이탈하면서 상당수 의과대학은 개강 연기하기로 했다.
예과, 본과의 학사일정이 같은 가톨릭대는 오는 18일부터 개강하는 것으로 일정을 미뤘다. 경북대는 예과 개강을 연기하고 2월 초 개강했던 본과는 수업이 잠정 중단됐다. 2월 중순부터 본과 수업이 시작되는 성균관대는 주 단위로 계속 개강을 미루고 있다. 가천대는 오는 25일 개강한다는 일정을 학생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부산대, 순천향대, 건양대 등 학사일정을 시작하되 휴강하거나 수업 일정을 미루는 학교도 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전국 대학생들이 휴학계를 냈는데 개강하면 불출석 처리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불이익"이라며 "무조건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학본부는 대규모 증원신청
학생들의 반발은 대학의 늘어난 의대정원 요구에 있었다.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B씨는 "교수들과는 주기적으로 면담하는 등 소통하고 있지만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총장, 학장님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서 총 3401명 증원을 신청했다. 지난해 말 수요 조사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요구한 데 비해서도 1.5~1.7배 많다.
지방 국립대 등이 앞다퉈 증원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의 경우 수요조사 당시 110명을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140명을 제출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학교에 와서 지방거점국립대를 서울 빅5 수준으로 만들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의대 교수들까지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지난 5일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의대 교수들이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학교 측은 역행하는 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같은 날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는 움직임도 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경북대 외과교수는 사직서를 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다", "정부는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협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