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없이 흘러간 '슈퍼 화요일', 바이든 vs 트럼프 재대결 확정

      2024.03.06 16:39   수정 : 2024.03.06 16: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결국 올해 11월 5일(현지시간) 대선에서 다시 싸울 전망이다. 현지에서 112년 만에 반복되는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최고령 대통령 기록이 경신될 예정이다.

트럼프 "나라 되찾겠다"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15개주에서 대선후보 경선이 열려 이른바 '슈퍼 화요일'로 불린 5일(현지시간) 저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그는 대부분의 주에서 승리가 확실해지자 연단에 올랐다. 트럼프는 "이처럼 결정적인 경선은 절대 없었다"며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2429명을 모아 간접 선거로 대선후보를 뽑을 예정이며 전당대회에 가는 대의원은 미리 지지 후보를 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대의원을 과반(1215명) 확보한 후보는 전당대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사실상 후보가 된다. 트럼프는 854명의 대의원을 뽑는 슈퍼 화요일에 압승을 거두면서 누적 기준 약 1000명의 대의원을 적립했다.

5일 트럼프는 올해 대선 날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나라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선거를 이길 것이다. 선거를 지면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라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게"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든의 경제와 국경 문제, 외교 등을 비난한 뒤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 시절 어느 국가와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북한은 심각한 핵보유국이지만 북한과도 잘 지냈다. 김정은과 우리는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5일 연설에서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헤일리는 지난 1월 공화당 지역 경선이 시작된 이후 계속 트럼프에게 패했으나 이달 3일 워싱턴DC, 5일 버몬트주에서 트럼프를 꺾었다. 경선 내내 헤일리를 비난했던 트럼프는 자신의 후보 지명이 확실시 되자 "우리는 굉장한 재능이 있는 위대한 공화당을 갖고 있고 우리는 통합을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통합할 것이며 이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트럼프는 민주주의 파괴"
현재 양자 대결 지지율에서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는 바이든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즉각 대응했다. 바이든은 5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불만과 욕심에 의해 움직이며 미국민이 아닌 자신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우리를 첫 임기 때처럼 혼란, 분열, 어둠으로 끌고 가도록 허용할 것인가"라며 "4년 전 트럼프가 미국에 야기하는 실존적인 위협 때문에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여성이 자신의 보건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본적 자유를 빼앗기 위해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부자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추가 감세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말하거나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각 세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투표·시민권을 위해 일어서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롭고 공정한 미국을 믿는 모든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소속 유권자에게 지금이 그때"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바이든도 이날 슈퍼 화요일을 맞아 15개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경선을 치렀다. 미국령 사모아는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각 당의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에는 참여한다. 공화당의 사모아 경선은 이달 8일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 역시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8월) 간접 선거로 후보를 선출한다. 대의원 과반(1968명)을 먼저 모은 쪽이 승리하며 이번 슈퍼 화요일에는 1420명의 대의원을 뽑았다. 민주당 경선에는 바이든 외에도 세계적인 자기개발서 작가인 마리안 윌리엄슨과 민주당 딘 필립스 하원의원(미네소타주)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은 바이든에게 모두 패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무패행진을 계속했던 바이든은 사모아 경선에서 민주당원이자 자신보다 29세 어린 사업가 제이슨 팔머에게 패했다. 현지 매체들은 팔머가 가져간 대의원의 4명뿐이라며 바이든의 경우 슈퍼 화요일 승리로 누적 기준 약 1600명의 대의원을 얻었다고 진단했다.


112년 만에 이색 대결, 누가 되든 최고령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과 대선에서 싸우는 경우는 이번이 3번째다. 1892년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22대 미 대통령을 지낸 뒤 24대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해 23대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벤저민 해리슨과 싸웠으며 결국 24대 대통령이 됐다. 1912년에는 26대 대통령이자 공화당 소속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공화당 탈당 이후 28대 대선에 출마해 공화당 소속 현직 대통령(27대)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싸웠다. 한때 같은 공화당 소속이었던 루스벨트와 태프트는 결국 민주당 소속인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에게 패했다. 트럼프의 도전은 1912년 루스벨트 이후 112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가 만약 바이든을 꺾는다면 13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을 꺾은 전직 대통령이 된다.

또한 미 역사상 같은 후보들이 대선에서 다시 싸우는 경우는 미 역사상 2번째다. 첫 번째는 68년 전인 1956년이다. 당시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였던 애들레이 스티븐슨과 두 번째 대권 경쟁을 벌였고 두 번 다 승리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는 최고령 대통령 기록이 바뀔 예정이다. 올해 81세인 바이든은 2021년 취임 선서 당시 78세로 역대 최고령 미 대통령 기록을 세웠다. 바이든이 올해 승리한다면 내년에 82세의 나이로 대통령직을 시작하여 자신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트럼프는 올해 77세지만 대선에서 이긴다면 78세에 취임 선서를 한다. 트럼프의 생일은 6월로 바이든보다 약 5개월 빠르기 때문에 바이든 보다 나이를 약 5개월 더 먹은 상태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현지 매체들은 전·현직 대통령들이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8개월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헤일리 선거 캠프의 올리비아 페레스 쿠바스 대변인은 5일 성명에서 버몬트주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오늘 각 주에서 여전히 많은 공화당 경선 투표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 투표자들의 우려를 다루는 것이 공화당과 미국을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는 따로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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