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배우자 공격'으로 총선 치르려는 野

      2024.03.06 18:37   수정 : 2024.03.06 18:37기사원문
숫자 제한이 없다면 제목을 이렇게 달고 싶었다. "대통령 배우자 공격이 '거대 야당의' '유일한' 선거전략인가."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야당은 정부의 실정이나 대통령 혹은 주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야당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묻는 이유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기 때문이다. 기존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뒤 2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재발의 법안에는 주가조작 의혹과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특검 수사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법안의 내용부터 살피는 게 순서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총선 국면이라 내 코가 석자인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상임위가 열릴지도 알 수 없고, 설사 열린다 해도 법안이 관심을 끌기 어렵다. 기존 특검법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가 8개월 뒤 처리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재발의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것이다. 최종 부결된 법안을 4일 만에 재발의한 것 역시 유례없다.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니다. 총선 국면에서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유일한 목적이 아닌가. 비등점으로 치닫는 야당의 공천 갈등을 덮기 위한 법안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다. 이미 본 대로 거의 모든 법안을 일방 통과시킬 수 있는 세력이다. 초반 2년은 여당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권자에게는 여당으로서, 또 거대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실적이 무엇인지 물을 권리가 있다. 흔히 대선은 전망적, 총선은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 있다고 한다. 야당이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모든 선거에는 양면적 성격이 있다. 입법 권력으로 어떤 법을 만들었는지 국민의 채점을 먼저 받아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에서 1당, 혹은 과반 의석을 민주당의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과거 실적을 평가해야 새로운 국회에서 어떤 법을 만들지 짐작할 수 있다. 검수완박법이 민주당의 최대 실적인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방송3법 등은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 걱정 없이 입법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만들지 않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일방 통과시킨 건 아닌가.

내놓을 만한 입법 실적이 있다면 대통령 배우자 공격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야당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아니다. '국회 집권당'의 총선 전략으로 수준과 내용이 합당한지를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기는 정치학'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냉전세력은 탈냉전이 되면 망하고, 민주화세력은 민주화가 되면 망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민주당은 왜 자신들이 야당이 되면 독재국가인 것처럼 '거짓말하는 정당'이 되는 것일까? '민주화'를 이루는 것 이외에 민주당의 미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 세계관 혹은 저항적 세계관과 단절하고" "'야당다운 야당'이 아닌, '여당다운 야당'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과제에 대한 최 부원장의 조언이다.

"보수진영 공격이 미션이 아니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미션"이어야 한다는 말은 특히 크게 들린다. 민주당만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상대진영 공격이 미션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미션이어야 하지 않을까. 선거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의 걱정이 큰 의료대란의 해법을 다투어 제시하면 좋겠다. 매일같이 언론을 장식하는 저출산 문제 논의도 활발해지면 좋겠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은 어떻게 할지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런 국가적 담론과 비교하면 대통령 배우자 공격은 무기치고 너무 초라하다.
"우리에게 의석 과반을 주시면 이런 법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먼저 듣고 싶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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