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그리스 정상회담장 인근에 미사일 공격
2024.03.07 05:35
수정 : 2024.03.07 05:35기사원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가까스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총리가 6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함께 항만을 둘러보고 차에 오른 직후 러시아가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사일은 두 정상이 올라탄 자동차에서 불과 300m 벗어난 곳에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초타키스 총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두 정상과 '매우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공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고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밝혔다.
러시아는 러시아 흑해함대를 겨냥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지를 공습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오늘 폭발 현장을 목격했다"면서 "우리가 누구와 상대하고 있는지를 잘 봤을 것이다. 그들은 타격 장소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희생자가 났다"면서 "군인이건, 민간인이건, 또는 외국 손님이건 그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데사항을 찾았고, 젤렌스키는 이 자리에서 흑해항이 우크라이나 수출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러시아의 공격으로 항만 인프라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설명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두 정상이 자리를 뜬 직후 벌어졌다고 FT는 전했다.
미초타키스는 두 정상이 항구를 방문하던 당시 사이렌은 꺼져 있었지만 차에 탄 직후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미초타키스는 우크라이나가 아직도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모든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에 두 정상이 방문하던 도중 오데사항을 공격한 것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비겁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미셸 상임의장도 2022년 5월 오데사항을 찾았다가 공격을 받아 꼼짝없이 갇혔던 바 있다. 미셸은 당시 은신처를 찾아 몸을 숨겨야 했다.
한편 미초타키스 총리가 수도 키이우가 아닌 오데사를 찾은 것은 이 항구가 그리스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그리스가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던 19세기초 오데사의 그리스계 주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데사에는 아직도 그리스 출신 주민들이 남아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