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존중해달라" 공무원들, '악성 민원인' 성토

      2024.03.07 08:50   수정 : 2024.03.07 08: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악성 민원과 마녀사냥식 비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자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괴감이 든다며 악성 민원인을 성토했다.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공무원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앱은 회사 메일로 재직을 인증하고 가입하게 되는 앱이다.

한 글쓴이는 “나도 토목직이라 기사를 보면서도 너무 괴로웠다.
이런 일이 생겨도 항상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직장에서 보호받는다는 느낌도 없고 욕받이 하려고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글쓴이는 “매스컴을 안 타서 그렇지 1년에 일반직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도 흔하다”며 “우리는 지자체 전체 시민이 민원인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김포시장에게 책임을 묻는 이도 있었다. 한 글쓴이는 “김포 사건은 시장인 김포시장이 책임져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직원이 업무로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지로 몰아낸 사장 즉 시장이 책임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직속 직원 한 명도 관리 못 하는 자가 무슨 시민을 위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김포시, 누리꾼 고발 방침…시청 본관 앞 추모 공간 마련

한편 김포시는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6일 밝혔다.

시는 현재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 자료도 모으고 있다.

시는 숨진 30대 공무원 A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자택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는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오는 8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포시 공무원 A씨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동료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2월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제기했다. 관련해 한 누리꾼은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A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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