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고작 10여일…국민 지키고 전공의 보호가 교수 의무"

      2024.03.07 09:33   수정 : 2024.03.08 07:32기사원문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2기 비대위원장을 맡은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뇌혈관외과 교수.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7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에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선출했다.

지난달 16일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가 1기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돼 정부와 전공의들의 중재자로 나섰지만 열흘 만에 "전공의들과 학생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사퇴한 바 있다.



방재승 신임 비대위원장은 필수의료 중에서도 기피과로 알려진 뇌혈관외과 전문의다. 그는 교수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를 강단있고 추진력 있게 이끌어나갈 인물로 평가되며, 비대위 단독 추천을 받아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전국의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계획인지, 뉴스1이 이날 오전 방 교수에게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2기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힘든 상황인데.
▶큰 명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국민들이 더 다치면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아무리 의사들이 억울하다고 해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의사들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을 따라야 되는 게 맞는 거다.

두 번째 명제는 우리는 교수로서 의대생과 전공의를 보호해야 될 스승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학생과 전공의들이 다치기 전에 어떻게든 중재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이 두 가지 명제에서 방식을 접근해 보려고 한다. 더불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좀 해볼 생각이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인가.
▶비대위 위원들과 어젯밤 늦게까지 토론하고 집에 갔는데 거기서 나온 의견들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일단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해보자였다.

현재 가장 중립적인 포지션이 교수라는 단체이고, 이제 교수들이 전체의 뜻을 뭉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도저히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일단 서울대 비대위 2기가 구성이 됐으니 빅5 병원 비대위와 먼저 연계를 할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전국의과대학 교수연합회와도 같이 뜻을 모아서 빠르면 다음주 전체적 의견을 모아볼 계획이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
▶우리 전공의가 첫 사직서를 제출한 게 2월 19일이다. 3월 18일이 지나가 버리면 진짜 사직이 되는 전공의가 많이 생기게 된다. 의대생들은 아직은 만나지 못했는데 의대생 학사 일정도 아무리 많이 늦춰도 이달 20일에서 20일 후반이다.

이 때문에 어쨌든 전국적으로 파국을 막으려면 오는 18일, 19일 전에 뭔가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1~12일 정도밖에 없다.

의대생들이 진짜 유급해버리고 내년에 정부 말대로 2000명을 더 증원해서 5000명을 뽑는다고 치자, 그러면 현재 의대생들 3000명 유급에 내년 입학할 의대생까지 합치면 의대 1학년생은 8000명이 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전국적으로 혼란이 생길 거다.

-동료 교수들이 강경파라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강성인 건 맞다. 그래서 며칠 전엔 개인적으로 혼자 사표를 낼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어 밤새 생각을 해보니 혼자 사표 던진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전국의 모든 교수들이 다 사표 던지고 나가서 윤석열 정부와 한판 붙는다면 우리가 이겨도 출혈이 클 것이고, 지게 되면 완전히 의료 붕괴가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의료 붕괴, 그건 진짜 아니다. 비유하자면 집에서 식구들끼리 철천지원수처럼 대판 싸웠다고 집에 불 다 질러버리고 나가자 이거는 아니지 않겠나. 그런 생각에서 1번이 국민과 환자 우선인 거다.

-지난달 28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설문조사 때 '사직서 제출과 겸직해제 등 집단 행동에 찬성' 답변이 84.6% 나왔다.
▶일단 교수 단체가 쓸 수 있는 진짜 마지막 카드는 전국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인 것 같다. 내 생각엔 그건 진짜 마지막 카드다. 교수들이 떠나고도 정부가 의지를 꺾지 않으면 의료 파국은 오고 환자는 다치고, 그중에서도 이제 사직서 냈다가 다시 복귀하는 교수들도 생길 거고, 그러면 죽도 밥도 아닌 게 된다.
그렇게 하는 건 제일 어리석은 방법이다. 그래서 어쨌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좀 해보고 그다음에 국민들과 합의점이 좀 모아지면 정부에다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어젠다는 아직 말씀 못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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