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챙기는 정부 vs 밥그릇 지키는 의사?…환자들은 "아파요"

      2024.03.07 11:11   수정 : 2024.03.07 11: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학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회에 나서는 등 3주째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임의들마저 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대란' 조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병원은 수술과 입원을 줄이고 병상수를 감축하면서 일부 과의 축소 및 통합 운영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의사들의 행동을 두고, 집단 의기주의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어, 의대 증원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의대증원은 '총선용 정치행위'"…의대 교수협, 증원 취소 소송 제기

지난 5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복지부 장관 등의 의대 증원 처분은 헌법원칙을 위반한 의료농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하는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다"며 "이번 증원 결정은 당연무효"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복지부 장관 등의 이번 증원 결정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과대학 교수들, 전공의들, 의과대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전혀 하지 않아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번 증원 결정은 오직 총선용으로 급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정치 행위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라며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밤의 침묵에 국민의 생명권을 규정한 헌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액 연봉 유지하려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진절머리 난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사들은 지난 3일 여의도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5일에는 강원대 의대 앞에서 대학 교수 10명을 중심으로 삭발식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통상 고액 연봉과 평생 직장이 보장된 의사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난이다.

이날 여의도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50대 박 모 씨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시위를 보니 본인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70대 이모씨는 "근처 교회에 왔다가 너무 시끄러워서 나와봤다"며 "의사들도 자기 가족이 아프면 이렇게 나올 수 있겠나. 평소 의사를 존중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의대 정원 증원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 의식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2천명은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집계됐다.

'2천명보다 적게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36%,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11%, 모름·무응답은 5%였다.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그런가 하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째 이어지면서 진료·수술 지연 등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는 가중되고 환자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전립선암 4기로 치료를 받다 2주 전 퇴원한 김모씨(56)는 전날 혈뇨로 119구급차를 타고 이 병원을 찾았다가 구급차에서 3∼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김씨의 아내 이모씨(55)는 "병원에서 진료를 못 본다고 구급차에 계속 대기하라고 했다"며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구급차와 구급대원들 발을 묶어 놓는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항암수술이 3일 넘게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다 잊은 것인지 제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결국 모든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방법을 찾아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적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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