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송환 결정에도 '테라' 권도형 인도 "계속 추진"
2024.03.08 14:34
수정 : 2024.03.08 14: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를 몬테네그로 당국의 한국 송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가상자산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모든 개인이 법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있어 몬테네그로 당국의 협력을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권도형은 앞서 테라폼랩스를 설립해 ‘테라USD’와 ‘루나’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테라USD는 가치를 1 달러로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이며 루나는 일반 가상자산이다. 테라USD는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루나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두 가상자산 모두 2021~2022년 상반기 까지 큰 인기를 끌면서 시가총액이 40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했으나 2022년 5월 루나 가치 폭락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해당 사태로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으며 테라폼랩스가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가상자산 업체에 연쇄 붕괴 현상을 초래했다.
2022년 9월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수단은 테라와 루나를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권도형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추적했다. 동시에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권도형은 테라와 루나가 함께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도형과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으며 미국 검찰도 2023년 3월 권도형을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권도형은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잠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23일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가는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지난달 21일 권도형을 미국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권도형 측은 미국보다 한국행을 희망했다고 알려졌다.
7일 몬테네그로 매체 비예스티에 따르면 이날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기존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권도형을 한국으로 송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5일 권도형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e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미국 정부 공문에 권도형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있어 이를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의 공문은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첨부돼 있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