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 '최저임금 차등적용' 두고 고용부-서울시 '동상이몽'

      2024.03.10 13:40   수정 : 2024.03.10 13: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간병·육아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외국인 가사관리자라도 최저임금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월 이용료가 100만원 정도 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10일 한은 조사국이 지난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르면 간병 및 육아 돌봄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이 필요하다. 한은은 가계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간병인 고용비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다. 월평균 가사·육아도우미 비용 264만원(하루 10시간 이상 고용)은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시했다. 한은은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 이후 고용이 늘면서 내국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크게 개선됐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임금이 낮은 외국인 간병인 고용이 늘어난 이후 부모 간병에 따른 자녀의 경제활동 제약이 대부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달 열린 '2024년 제1차 고용허가제 중앙-지방 협의회'에서도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력 고용은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가사관리사 임금 자체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세로 책정돼 개별 가구가 고용할 경우 임금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이 첨예해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것은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첫해인 1988년 밖에 없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한은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신중한 한은이 이런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가중에 따른 가계 부담, 여성 경력 단절과 저출생까지 맞물리는 국가 경제 차원의 부작용을 거론한 한은 주장에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올해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사업이 시작되지만 결국 비용이 장벽"이라며 "지팡이는 들기 편해야 의미가 있지 무쇠로 지팡이를 만들어 봐야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관련해 '고비용'이 아닌 월 이용료 100만원 정도가 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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