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위협하는 가상자산...주식에서 코인으로 머니무브

      2024.03.10 15:24   수정 : 2024.03.10 15: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인플레이션, 성장률 침체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몰려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거래대금 웃도는 가상자산 거래액
10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24시간 거래액은 11조8543억원으로 집계됐다.



업비트(8조8154억원), 빗썸(2조7753억원), 코인원(1764억원), 고팍스(552억원), 코빗(320억원) 등 국내 5대 원화 시장의 거래액을 합친 수치다.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8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11조4794억원을 기록했다.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가상자산과 거래시간이 제한된 주식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주식시장만큼 국내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하락세로 침체기를 겪던 가상자산 시장이 국내 주식시장과 비등할 정도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7만199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 5일 6만9000달러선을 뚫으며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를 28개월 만에 경신한 지 3일 만이다. 지난해 말 4만2000달러 수준에서 7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분위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지수는 상승했지만 개인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주식시장을 떠나 가상자산 등 다른 투자처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43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3조27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거래할 수 없고, 기관은 직접투자가 제한돼 있어 최근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 급증은 개인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수익 찾아 비트코인으로, 머니무브
시장에서는 지난 2021년의 비트코인 광풍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당시 2030세대는 근로소득 만으로는 내집 마련 등이 불가능하다며 '마지막 탈출구'로 비트코인을 선택한 바 있다.

특히 현재는 인플레이션 심화로 물가 상승 타격을 크게 받고 성장률도 저하되면서 고수익을 쫓는 투심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지난해 연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로, 실질임금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국내 증시는 오랜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앓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외려 일명 '김치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해외에서 약 9174만원, 국내에서 9718만원(업비트 기준)에 거래됐다.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이 거의 멈추고 있다.
때문에 부가가치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한정된 부를 누가 쟁탈할 것이냐 하는 싸움에 들어가면서 가상자산 등 특정 투자자산에 몰려가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단일 종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달리, 해외에서 가격이 오르면 국내 비트코인도 오르거나 외려 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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