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분증에 속은 자영업자 구제해야… 시행령으로 추진"
2024.03.10 18:29
수정 : 2024.03.10 18:29기사원문
이 처장은 "일반음식점에서 식사하다 소주 한잔하고 그러는데 업주들이 아주 어려 보이지 않으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신분증을 위조해서 18세밖에 안 됐는데 20세가 된 것처럼 속인다든가, 업주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했을 때 사업자들을 명확하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사업자의 나이 확인요청에 대한 협조의무를 명문화하고, 위조 신분증 등을 사용하거나, 폭행·협박 등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 영업정지 등 제재처분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관련 법률 개정안 6건이 국회에 발의됐다"며 "그 법안 말고도 법률 개정 전에 대통령령으로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사우나, 목욕탕에 가면 흔히 '귀중품을 맡기지 않으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데, 이는 상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처럼 업장에 법에 근거해 '청소년들은 신분증을 제시해주길 바랍니다'라고 써 놓으면 업주들이 든든하고 그들과 다툼이 있어도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앞으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도 참여한다. 이 처장은 "대통령께서 저출산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셨고, 부위원장을 부총리급 상근직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책을 법제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법제처가 정책 부서가 아니어서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법제처는 전 부처 관련된 법률을 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조감하기 때문에 법령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 요청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히 법제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나이통일법' 시행 1년이 돼가는데, 곳곳에서 혼란이 많은데.
▲학교나 관공서를 통해 홍보가 많이 됐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야 한다. 올해는 어린이·청소년을 중점적으로 맞춤형 홍보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결국 만나이 정착은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거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꾼 것도 혼란이 있었지만 정착이 잘 됐다. 위조 신분증으로 인한 사업주 보호도 보완 장치 마련의 일환이다. 만나이는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리지게 된다. 음식점이나 편의점 업주들 같은 경우 만나이로 바꾸면 생일이 지났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대학생이어도 생일이 지났는지를 따져야 하니까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영업이 안 될 거다. 연나이 예외조항을 남겨뒀는데, 만나이 통일하면 혼란이 있으니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사업주의 신분 확인 근거를 신속히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은데.
▲현장에 나가보면 위조 신분증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정말 많다.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거나 협박 같은 걸 해서 신분증 확인을 못하게 한 경우 선의의 사업자가 발생한다. 자영업자분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법률이다. 최근 민생토론 현장에서도 자영업자 보호와 관련해 빨리 해달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시행령으로 신속하게 추진하고자 한다. 위조 신분증에 속아도 사업자는 불송치, 불기소가 되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지 않는 한 과징금 처분이나 영업정지를 받게 된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사나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행정청이 사실 확인 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청소년 보호헙법 시행령' '식품위생법 시행령' 등의 하위법령 개정을 3월 내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CCTV 등에 촬영된 영상이나, 진술 등의 방법으로 확인되는 경우 영업정지 등 사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저고위 당연직 정부 위원으로 간다. 법제처 역할이 있나.
▲원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올해 1월부터 법제처에 '미래법제혁신기획단'을 만들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문제가 되는 게 뭔지 주제를 잡고 준비상황을 체크하고 향후 대비할 법제도 등을 준비하는 작업을 한다. 그중 하나가 인구 문제였다. 저고위 당연직 위원으로 가면 법령을 총괄하는 기관에서 각 부처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 같다.
―민생 현장에 자주 나가는데.
▲민생이 법령심사나 법령해석, 정비를 업무로 하는 법제처와 멀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개선 사항 대부분은 법 집행, 법령개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법령심사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듣고 국민에게 필요한 규정을 법안에 담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현장방문을 통해 법령개선 수요를 새로 발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법제처가 민생현장, 사회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입법 비중이 90%를 넘는다. 절차가 간소하지만 허점이 있다.
▲우리 헌법이 대의제 민주주의이고, 입법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에 정부가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의원입법 비중이 높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은 부처 협의 과정, 입법예고 등 절차가 빠져 있고 법제처 심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이럴 경우 상임위 단계에서 심사할 때 부처들이 문제제기를 한다. 이 단계에서 지체되지 않게 비교적 법제처가 심사한 것처럼 법안을 완결성 있게 만드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원발의 법률안 준비부터 법안을 완결성 있게 만드는 작업을 돕기 위해 2022년 11월 법제조정정책관 직책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의원발의 방식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법제처의 충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의원발의 입법지원 수요를 미리 파악해 이를 위한 연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리=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