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결국 라마단까지 이어져...美-이스라엘 책임 공방 비난
2024.03.11 10:30
수정 : 2024.03.11 10: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약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이 이슬람 세계의 연중 최대 행사인 금식성월(라마단)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동안 협력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휴전 불발에 서로를 비난했고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라마단 기간에 충돌을 기다리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11일부터 1개월 동안 라마단 시작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에게 경전을 받은 일을 기리는 신성한 달로 해마다 각국에서 눈으로 직접 초승달을 관찰한 다음 시기를 정한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침입한 이후 휴전 협상을 중재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이스라엘과 함께 6주일짜리 휴전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4개국의 협상안을 받아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영구 휴전에 응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 및 인질 구출 전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며 일단 하마스에게 생존한 인질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공격 당시 약 240명의 인질을 석방하고 다음달 약 100명을 석방했던 하마스는 인질을 납치한 일선 부대와 접촉이 어려워 생존자 명단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은 추가적 협상을 거부했다.
앞서 미국 등 중재국들은 라마단 전까지 휴전을 추진했다. 10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이집트가 이스라엘 및 하마스와 접촉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라마단 시작 이후 약 2일이라도 휴전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WSJ는 가자지구의 군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라마단을 외교적인 기회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와르 입장에서는 라마단 기간에 예루살렘 등 가자지구 밖에서 이슬람 신자들과 이스라엘이 충돌하여 이슬람 세계의 반(反) 이스라엘 감정이 커진다면, 이란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을 이번 전쟁에 더욱 깊숙하게 끌어들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알 아크사 사원에서 충돌을 걱정했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은 현재 요르단에서 관리하며 라마단 마지막 10일 동안은 이슬람 신자만 방문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및 유대교 신자들은 해당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계속 험악해지는 美·이스라엘 관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3월 초 휴전을 언급하면서 협상 타결을 자신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추가 협상을 거부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그는 분쟁 초기 네타냐후를 지지했지만 가자지구 분쟁이 길어지면서 이슬람 계열 유권자의 표가 이탈하자 네타냐후에게 휴전을 종용하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7일 국정연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포위하고 식품 등 구호품 전달을 막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직접 임시 항구를 지어 구호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9일 공개된 미 언론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를 언급한 뒤 "전 세계가 이스라엘이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게 만들어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하마스를 뒤쫓을 권한이 있다"면서도 네타냐후가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외면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라마단 기간 동안 대규모 팔레스타인 죄수와 인질 석방, 6주일 휴전을 골자로 한 휴전 협상 타결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 지역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하여 인명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 "그것은 레드 라인"이라고 경고한 뒤 "하지만 나는 결코 이스라엘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지원을 끊지 않겠다며 다만 "'레드 라인'이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명이 더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네타냐후는 10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스라엘에 해를 끼친다는 바이든의 주장에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가 이스라엘인 대다수가 희망하는 바에 역행하는 개인적 정책을 추구해 이스라엘의 이익을 해친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면, 그의 발언은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네타냐후는 "그것은 내 개인적 정책이 아니라 이스라엘인 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며 이스라엘 국민들이 "남은 하마스 테러 부대를 격퇴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