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큰 잘못 저질러…입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2024.03.11 11:05
수정 : 2024.03.11 11: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수감 도중 마련된 면회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자신의 잘못을 재차 인정했다. 그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유족을 향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11일 JTBC, 경향신문 등 매체와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에 따르면 이 선장은 지난 7일 오후 순천교도소를 찾아온 장 목사와 15분 동안 면회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 선장은 장 목사를 향해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가슴 아프게 한 분들을 있게 해서 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을 향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이 나온다. 유족을 향해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세월호 참사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고 장 목사는 전했다. 장 목사는 영치금과 과자, 자신이 쓴 시집 '서울 가는 예레미야'를 건네고 돌아왔다.
이 선장과 장 목사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5차례에 걸쳐 옥중 서신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장 목사가 2014년 10월 13일 이 선장을 포함해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세월호 선원 15명에게 양심고백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시작이다.
이 선장은 장 목사에게 2018년 1월 28일을 시작으로 3월 13일, 8월 9일, 9월 20일, 11월 12일 등 총 5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 선장은 마지막 편지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하고 싶다' '항상 죄책감 속에 사로잡혀있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지난 날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밝히며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소식이 끊겼다. 이 선장은 이후로도 보내오는 장 목사의 편지와 연하장 등을 모두 읽었으나 건강 상의 이유로 답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시력이 떨어져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장 목사는 "지난 2018년 1월 면회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얼버무렸던 것과 비교해 이번 만남에서는 '잘못했다'는 취지의 대답을 분명하게 했다"며 "막연한 참회로는 유족의 한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선장이) 향후 만남에서는 참사와 관련된 분명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10주기를 맞는 오늘날까지 진상규명 답보 상태다. 올해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안전 관련 기구 설치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며 "별이 된 아이들과 유족을 향해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