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박목월 미발표 詩 166편, 용기내서 공개"

      2024.03.12 18:37   수정 : 2024.03.12 19:21기사원문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목월(1915~1978년)의 미공개 시 166편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박 시인의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85)는 45년간 갖고 있던 박목월 육필 노트에 대해 "시집을 내실 때 굉장히 어려워하셨는데 (노트에 적힌 시들이) 발표하기가 싫어서 안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시인의 생애를 보는 데는 필요한 자료로 보였다"며 "누가 될까 걱정했지만 (시를 쓰는) 과정도 시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밝혔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쓰여진 시는 총 460여편으로, 완전한 시 형태를 갖춘 것이 318편이었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위원장 우정권 단국대 교수)는 이 가운데 290편을 새로운 창작물로 확인하고,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한 166편을 추려 이날 공개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시들은 그간 '나그네'로 잘 알려진 박목월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서 향토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던 박목월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일상적인 삶, 신앙 등에 대해 쓴 내용이 담겼다.

대표적으로는 6·25전쟁 당시 고아가 된 구두닦이를 그린 시 '슈샨보오이'가 있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는 "6·25전쟁의 참혹한 경험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시는 완성도가 높고 단연 주목해볼 만한 시"라며 "시인으로서 어린 소년을 보는 연민의 마음을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동시적 운율과 리듬을 갖고 있는 초기 시 '산골호수', 슬픔과 상실의 정서를 가진 '눈물', 일상적 삶을 담은 '어머님, 당신의 눈물 어린 눈동자에' 등이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는 "동시로 분류할 만한 시들의 경우 오늘날의 시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로 보면 수준이 높은 작품"이라며 "박목월 시인의 경우 동시에 있어서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초기작의 의미를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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