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현의 성공이 KIA의 실패는 아니다. KIA는 조대현의 3년 후를 바라봤다
2024.03.12 22:17
수정 : 2024.03.13 13: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슈퍼루키 원상현(19·kt wiz)이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선보였다.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로부터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지명받은 원상현은 3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3이닝을 던져서 삼진 5개를 잡아냈는데, 모두 변화구로 삼진을 낚았다. 특히 주 무기인 커브로만 삼진 4개를 쓸어 담아 새로운 '커브 달인'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현 시점에서 원상현은 kt의 유력한 5선발 후보 중 한 명이다. 시즌 초반 5선발로 로테이션을 돌다가 소형준이 돌아오면 바통 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이러한 원상현을 바라보는 기아 팬들의 뒤숭숭하다. KIA 스카우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KIA는 원상현을 뽑을 기회가 있었다. KIA가 시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2명의 후보가 조대현(18·KIA 타이거즈)과 원상현이었기 때문이다. kt는 조대현 보다는 원상현을 원했기 때문에 양 구단은 서로가 원하는 선수를 데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KIA도 원상현이 빠르게 잘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이미 기사로 수없이 그것을 전달한 바 있다) 원상현은 고교 시절부터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2학년 당시 봉황대기 우승을 홀로 이룩해냈다. 변화구 제구력도 좋고, 경기 운영능력도 조대현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스피드도 148km까지 이미 3학년때 기록했다. 거기에 승부근성도 엄청난 전형적인 선발 투수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조대현은 시즌 막판 많이 좋지 않았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상황에서 거의 등판하지 못했다. 제구도 심각하게 흔들렸다. 스피드도 140km 초반 정도에 그쳤다. 시즌 막판만 비교하면 조대현은 2라운드로 밀린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KIA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조대현을 품에 안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3~4월에 보여준 조대현의 고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조대현은 3월 신세계이마트배때 까지만 해도 장현석(LA다저스), 황준서(한화 이글스) 다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서 내려찍는 포심이 엄청나게 위력적이었고, 제구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 구속도 150km까지 기록되었다.
거기에 이마트배 준결승에서 황준서의 148km를 통타해 안타를 때릴 정도로 타격도 좋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KIA에게는 없는 우완 파이어볼러였다. 조대현은 무려 50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하며 고교야구의 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금 주목받는 김택연(두산 베어스)보다 당시는 조대현이었다.
하지만 조대현은 투수로서 한 번도 풀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다. 장충고 시절에는 황준서, 육선엽, 김윤하 등 훌륭한 동기들에게 밀려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했다. 영남중 시절에는 타자였고 외야수였다.
싱싱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 시즌을 그렇게 많이 던져본 기억 자체가 없다. 그런 와중에 첫 시즌에 강릉고의 강도 높은 훈련을 따라가기는 힘에 부쳤다.
황금사자기를 거치고 주말리그 유신고전(전국체전 예선) 8이닝 무실점을 기점으로 조대현의 구위는 급하락을 거듭했다. 완전히 ‘텅’ 비어버린 것이다.
KIA는 비어버린 그것을 채워주기만 하면 3년 후에는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최지민의 존재도 큰 역할을 했다.
최지민도 입단 당시에는 원석이었지만, KIA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받으며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지는 국가대표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이를 조대현에게 적용하면 충분히 잘 적응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KIA 타이거즈 스카우트 팀에게는 있었다. 여기에 김선우(상무 입대), 최지민까지 강릉고와 유독 궁합이 잘맞는다는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어차피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 두 외국인 선수(윌 크로우·제임스 네일)와 이의리 윤영철까지 선발진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지금당장 6선발이 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부분도 감안이 되었다.
KIA는 지금까지 정해영, 이의리, 김도영 등 1차지명에 한해서는 즉시전력감을 위주로 선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 분명히 KIA는 원상현이 올해는 조대현보다 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조대현은 올 시즌 1군 무대에 한 번도 올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비판을 감수하고 조대현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선택이었고, 심재학 단장이 함께 한 첫 번째 신인 드래프트였다.
원상현은 분명히 kt에게 큰 힘이 되어줄 자원이다. 하지만 원상현이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KIA의 지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KIA는 3년 후 조대현을 바라보며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