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김준배, 연출자들 간 불화? "그럴 사람들 아니셔" ②
2024.03.13 07:01
수정 : 2024.03.13 07: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이 지난 10일, 대망의 귀주대첩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270억 원이라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배우 김준배는 극 중 거란의 황제 야율융서(김혁 분)와 함께 고려를 끝없이 위협하는 장수 소배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에 김준배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고려거란전쟁' 속 소배압을 그려내기 위한 쏟은 노력부터 극 중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던 귀주대첩의 뒷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김준배는 드라마 방영 중간 불거졌던 역사 왜곡 논란과 더불어 방영 후에 등장한 제작진의 불화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전달하면서 더욱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N인터뷰】①에 이어>
-본인이 생각하는 '고려거란전쟁'에서의 명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귀주대첩에서 강감찬이 걸어 나오면서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한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뇌리에 박히더라. 심지어 저는 거란 쪽이니깐 그 말이 꼭 거란 소배압한테 하는 거 같더라. 그게 마치 양규 장군이 부르짖는 소리, 강감찬이 하는 소리, 현종이 부르짖는 소리 같더라. 그 부분은 초기에 찍어둔 거라 연기해야 할 때 몰입하려면 그거 틀어놓고는 몰입했다. 또 하나는 장연우(이지훈 분)가 고려 병사들이 도망가니깐 '길을 잃었는가?'라고 하는 장면이다. 처음의 병사를 그렇게 보내고 다른 병사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깐 '자네도 길을 잃었는가?'라고 말한다. 코믹한 장면인데 그게 '고려거란전쟁' 속 이면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코믹했지만 실제로 보여준 건 전쟁의 공포 같은 거다. 그 시대, 보통 사람들이 가질 만한 두려움을 잘 표현한 거 같더라. 병사를 소모품으로 써서 전쟁에 이겨야 하지만 사람살이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인간적으로서의 연민, 그런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더라. 그 장면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고려거란전쟁' 이면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흥화진 전투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컸는데, 현장에서는 반응이 어땠나.
▶사실 너무 좋았다. 저도 양규(지승현 분) 장군님을 존경하고 새로 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잘 돼서 좋았는데 이다음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걱정했다. 흥화진 전투 이후 귀주대첩까지는 8년이 걸리는데, 이 긴 틈을 어떻게 메꾸나 싶었다. 절반밖에 못 왔는데 그때는 걱정이 앞섰다.
-드라마 중반, 역사 왜곡 논란도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이런저런 거 생각도 안 해봤고 저희는 주어진 대로 열심히 했다. 우리가 토 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깐. 그리고 사실 고려사는 미지의 영역이다. 사료가 많이 남아있으면 길잡이로 해서 갈 텐데 공백이 많다. 그걸 채워나가는 첫걸음이었다. 그 첫걸음을 가는 걸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어떻게 길이 생길지는 예측할 수 없으니 지켜봤어야 했다. 이렇게 첫길이 났으니, 다음에 하시는 분들이 더 다른 길을 내야 한다. 앞으로 글 쓰시는 분들이 고려사를 더욱 쓰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종영 후 전우성 감독과 김한솔 감독의 불화설이 기사화가 돼 제작진 측에서 반박 기사도 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두 분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데 그런 인격의 소유자들이 아니다. 해석상의 차이 때문에 언쟁이 생기는 경우는 있겠지만 그건 우리 배우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 거다. 찍어놓은 것을 편집한 거는 말이 안 된다. 사실 귀주대첩 장면은 너무 많은 분이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저희가 회당 제작비가 8억 원이지만 배우들도 몇백명, 말까지 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검차만 해도 2000만 원이나 했다. 그냥 뭘 준비하는 게 다 돈이다. 그리고 또 CG 작업 더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 제작비의 한계다. 미국의 '왕좌의 게임' 한 회 제작비가 저희 전체 제작비인 급인데, 그런 거 감안하고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가슴 벅차게 그 장면들을 봤었다. 물론 좀 더 디테일하게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기마병끼리 격돌하는 건 보여줬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말끼리 서로 부딪힐 수도 없고 다 CG로 하는데 단가가 말도 못 하게 비싸다지 않나. 많은 분이 생각하시는 쾌감을 선사할 수 없어서 죄송하다. 그래도 이걸 시작으로서해서 많은 돈들이 투자되면 더 좋게 찍을 수 있을 거다. 사실 손해를 감수하고 배우들도 본인 받는 거보다는 적게 받으면서 사명감으로 많이 찍었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