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가치 시세보다 부풀려… 상업용부동산 대출 심사 ‘구멍’
2024.03.13 18:14
수정 : 2024.03.13 18:14기사원문
■은행권, 상가 담보대출 자체 점검 나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최근 부동산 담보대출 가치를 실제보다 높이 설정해 대출금액을 과도하게 내준 업무상 배임 사고가 연이어 적발됐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 안양의 한 지점에서 직원이 지식산업센터 상가 가치를 부풀려서 적정 금액보다 대출을 더 내준 사고가 발생했다. 수년 간 미분양인 상가가 분양가보다 싼 값에 팔렸는데, 은행이 담보 가치를 산정할 때 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앞서 농협은행에서도 아파트 담보대출을 내줄 때 매매계약서 상 거래금액을 실제 거래금액보다 12억원 높여서 담보를 설정해 과당 대출을 내준 사고가 발생했다.
두 금융사고 모두 부동산 담보대출 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실제보다 높여 잡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상가 담보대출) 담보가치 설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에 나섰다. 은행들은 금감원이 상가 담보대출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담보가액이 여신을 회수하기에 충분한지 △현재 권리 보증상태가 어떠한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도 현황 파악을 통해 회수 중인 여신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담보가치 산정' 세부기준 제각각
문제는 상업용부동산 담보를 산정할 때 가치 평가 기준과 방식이 은행마다 달라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은 담보사정가격과 은행의 권리금액을 비율대로 나눠서 계산한 후에 작은 금액을 '담보가액'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은 한국부동산원 등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의 추정가액을 조사하고 인근 건물에 대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확인·과거 평가자료와 비교를 통해 담보 가치를 산정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은 매매가, 분양가 등으로 담보 가치를 평가할 때 인근 부동산 시세와 비교하고, 신고된 실거래 가격으로 담보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의 대출 심사 시 '회수 가능성 점검'이 기본 중의 기본인 만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한 은행은 "부동산 가치에 따라 감정평가 주체가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인 집합상가의 경우 외부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또한 여신금액·담보가액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를 통해 감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부진에 잠재 리스크 ↑
이런 가운데 상업용부동산 업황 부진이 계속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은행이 담보대출을 내줄 때보다 현재 시세가 급격하게 하락해 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2023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298조원으로 2017년 말(175조원) 대비 70.6% 증가했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0.2%로 비은행(4.4%)에 비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상업용부동산 초과 공급, 경기회복 지연, 금리부담 등 리스크가 있는 만큼 금융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실제 상업용부동산의 단위면적(㎡)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9년 1·4분기 약 471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중 621만원까지 상승하다 같은 해 하반기 들어 큰 폭 조정됐다. 거래량 또한 지난해 3·4분기 중 5만8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은 여신 회수를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 취급금액을 산정할 때 선순위 권리금은 대출한도에서 제외한 후에 산정하고, 회수율 관리도 권리보증 상태를 반영해 '보수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