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된 연금개혁, 재논의 가능성도 열어 둬야

      2024.03.13 18:34   수정 : 2024.03.13 18:34기사원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늘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내는 돈을 12%로 늘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2안이다. 수급개시 연령은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안도 채택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며 기금 규모는 1035조8000억원(지난해 말)인데 이 상태를 유지하면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안정에 방점을 둔 1안이나 재정안정을 염두에 뒀다는 2안 모두 기금고갈 시기를 불과 5~7년 미루는 것으로, 재정안정 효과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안은 고갈 이후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기금이 소진되는 2061년의 연간 기금적자는 176조원에 이른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의 소진시점 연간 적자 47조원보다 3배 이상 많다. 기금 소진 이후 보험료율도 소득 대비 35.6%로 대폭 높아진다. 2안도 소진되는 해의 연간 적자는 96조원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2배 정도 많다. 소진 이후 예상되는 보험료율은 31.2%로 현행(26.1%)보다 높다.

부담을 늘리지 않고 소득대체율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이 재정안정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두 방안 모두 5년 남짓 연금의 수명을 늘릴 뿐 연금 재정상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 연금개혁의 목적을 도외시한 것으로, 특히 1안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이번 안은 노동계, 사용자, 청년 등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도출한 것이다. 모두 연금의 이해관계자들로 애초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론화위는 다음달 시민대표단 500명의 투표로 최종안을 정한다. 연금특위는 오는 5월 21대 국회 임기만료 전에 개혁안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이 일정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여야와 정부, 이해관계자들의 뜻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없어 연금개혁은 그만큼 어렵다. 개혁에는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는 과단성이 절대적이다. 공론화위의 논의에 맡기고 시민대표단의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다. 정부나 국회나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앞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점을 분석해서 연금재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논의가 모아지면 재논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회나 정부나 연금개혁을 뜨거운 감자로 여기며 과감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차라리 다음달 10일 총선이 끝난 뒤 좀 숙고한 후 최선의 방안을 다시 찾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자면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책임을 떠넘기다 많은 사공들이 배를 산으로 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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