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법'도 무용지물

      2024.03.14 16:35   수정 : 2024.03.14 16: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부모 가구 수가 150만 가구에 이르지만 이혼 상대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행정제재를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는 504명이었다. 제재를 받고도 10명 중 8명가량은 양육비를 내지 않은 것이다.

여가부의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부모 가정 중 72.1%는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부모 가족 아동의 빈곤율은 4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상황이다.


형사고소 당해도 실형은 '제로'
이혼후 양육비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양육자는 양육비이행법 위반으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재판에 넘겨진 상대방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혼 상대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아 기소된 후 실형을 받은 사례는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를 5년간 지급하지 않은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9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5월 이혼한 A씨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월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협의했지만, 2018년 4월부터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2년여 뒤인 2020년 2월 이행명령을 받았음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2022년 1월 감치명령까지 받고도 1년 내에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양육비이행법을 어길 경우 법원이 처벌하기까지 절차상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행명령-감치명령-재판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는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행 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나 감치 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감치는 법원의 명령 등을 위반한 자에 대해 유치장이나 교도소, 구치소 등에 가두는 제재를 가하는 것을 뜻한다. 양육비를 줘야 하는 전 배우자가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았을 때 비로소 형사고소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비양육자가 직장인이라면 급여에서 양육비를 공제하게 하는 '직접지급명령'을, 직장인이 아닌 경우 담보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담보제공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감치명령 후에야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양육자들이 법적 절차에 부담을 느끼고 채무자와 별도로 협의하는 등 사적협상으로 처리하길 원하기 때문에 절차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채무자가 감치를 피해 도주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권한 강화해야"
양육비가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이행원이 채무자의 자산을 곧바로 압류하고 추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행원이 채무자 재산조회를 하려면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채무자가 동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행원이 법원을 통해 재산조회 등을 신청하더라도 통상 8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해당 기간 채무자가 재산 처분이나 명의 이전 등을 할 수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육비 강제징수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에서 "이행원에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 권한을 부여해 신속한 추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은 이행관리기관이 직권으로 급여 등에서 압류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법원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를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양육비 미지급 시 채무자 본인 동의 없이 재산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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