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공든 탑, 막말에 무너진다

      2024.03.14 18:24   수정 : 2024.03.15 18:05기사원문
"말 한마디에 불리했던 선거판이 유리해질 수도, 절대 불리해질 수도 있다." "후보자의 막말 한마디가 총선 전체 승패를 가른다."

정치권 한 관계자가 최근 선거판 설화 논란과 관련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공정한 공천을 자신하던 여야가 설화에 휩싸인 일부 후보로 인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여야 대표가 앞장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과 신중한 입단속을 수차례 당부했지만 일부 후보의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난 막말과 혐오성 발언 등이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과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가 서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위원장의 호남 민심 껴안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다른 한 후보도 과거 SNS 게시글들이 문제가 돼 연일 따가운 비판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후보의 발언이 과거 발언이며, 현재 반성하고 있는 모습에 진정성이 있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두 후보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니 공천자격 유지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한 후보는 과거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목함지뢰로 사고를 당한 국군 장병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며 조기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론은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급기야 민주당은 해당 후보에 대한 공천 재고까지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여야 할 것 없이 지도부의 입단속 경고가 무색하듯 과거 잘못된 발언들로 인해 유권자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후보들은 부랴부랴 사과의 뜻을 밝혔고, 여야 지도부도 '설화 경계령'을 발동했지만 한번 내뱉어진 말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다. 5.18 폄훼 발언을 했던 국민의힘 후보자는 추가 발언이 드러났고, 국군 장병을 비하한 민주당 후보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여야는 두 후보를 뒤늦게 공천 취소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유권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들의 설화가 준 충격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릇 정치인은 말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고, 상식을 벗어난, 누군가를 조롱하는 듯한 혐오성 발언은 오래 남기 마련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품격이다. 과거에도 생각 없이 무책임하게 쏟아낸 말 한마디에 훅 간 선거가 어디 한둘인가. 결국 말에 상처받고, 차선 내지는 차악의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유권자들이 피해자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theknight@fnnews.com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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