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체포 이용하는 러시아..협의 집중하는 尹정부
2024.03.14 22:23
수정 : 2024.03.14 22: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처음으로 한국인을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이를 스스로 알리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는 신병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한러 간 협의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 체포는 지난 11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우리 정부와의 협의에 대해 내놓은 ‘첨언’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한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우리는 한국 측에서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걸 자주 봤다”며 “국가들은 때때로 다양한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중요한 건 어려운 문제를 논의키 위해 상호 존중하는 대화에 얼마나 준비돼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국영 통신을 내세워 백씨 체포를 알린 직후 정부 브리핑에 한러관계에 대한 불만을 얹은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일본과의 협력에 무게추를 옮긴 데 따른 반발, 또 군사협력을 맺은 북한과 같이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그럼에도 정부는 말을 아끼고 한러 당국 간 협의에 집중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백씨와 함께 잡혔다가 풀려난 그의 아내와도 소통 중이다. 아내의 요청에 따라 주러시아대사관은 변호사 명단 제공 등 영사조력에 나섰다. 이도훈 주러시아대사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나 신변 안전과 권익 보장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사가 협조를 요청한 루덴코 차관은 지난달 방한해 외교부뿐 아니라 비공개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만나는 등 활발히 협의한 바 있다. 때문에 한러 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전언이다.
장 실장은 14일 나서 백씨 체포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한러 간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실장은 이날 SBS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에 한러 당국 간 소통이 있었고, 양국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러시아 측의 조사 방향과 진행 상황을 보며 효과적으로 영사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