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유리기판' 뜬다...삼성그룹주 다시 주목
2024.03.17 15:21
수정 : 2024.03.17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리기판'이 증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테마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리기판 수요가 확대되며 각종 연구개발(R&D)이 시작되고 있어서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앞서 삼성전기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미래 신사업으로 △실리콘 캐퍼시터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전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 등과 함께 유리기판 사업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유리기판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내 세종 파일럿 라인 가동을 시작으로 2025년 시제품 생산, 2026년에는 본격 양산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올해 생성형 AI 및 온디바이스 AI가 다양한 IT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문 등에서 삼성전기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가도 오름세다. 시가총액이 10조9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기는 지난 14일 전일 대비 5.55% 급등한 14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7일 종가(13만2600원)과 비교하면 6거래일 사이 9.80% 올랐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기판의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채용한 것이다. 유기 소재보다 더 딱딱해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해 대면적화에 수월하다. 동시에 더 얇게 채용할 수도 있다. 전기신호 손실과 신호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으며, 전력 소비도 우수해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KB증권 이창민 연구원은 "중간기판 없이 MLCC 등 수동 소자를 유리에 내장시켜 제한된 표면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유리기판을 채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두 세대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기판은 이미 20년 가까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되지 못했다. 유리의 특성상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누적 압력에 취약해 제조시 수율을 높이기 어렵고, 판매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다.
이 연구원은 "오버 스펙으로 분류됐던 유리기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AI의 급격한 확산"이라며 "향후 AI의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30년에는 유기 소재 기판이 트랜지스터 수 확장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