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축소… 전원권유… 병원 단체문자에 가슴 철렁
2024.03.17 19:05
수정 : 2024.03.17 20:56기사원문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 안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김모씨(45)는 병원 측이 보낸 단체 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김씨는 눈 질환으로 서울대 병원에 자주 진료를 받았다. 병원측은 김씨에게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정상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기적 망막주사치료를 받고 계신 환자분을 제외하고는 가까운 안과나 안과전문병원에서 먼저 진료 보시길 권유드린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의과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기로 결의하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병원은 주요 진료도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에겐 다른 전문병원을 찾아달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 "내 건강은 누가 챙기나"
1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최모(72)씨도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남편 병간호를 위해 3주째 서울성모병원을 찾고 있다는 최씨는 "전공의가 갑자기 사라져 불편하다.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 치료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병원을 떠난다는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신규 환자 예약 중단과 외래 규모 축소,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입원 중단 등 '점진적 진료 축소'도 경고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 안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김모씨(45)는도 병원 측이 보낸 문자를 보고 불안감이 커졌다.
김씨는 "의대 교수들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며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환자들의 건강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지쳐가는 전문의들
전문의 B씨는 "응급실이나 외래나 최대한 안 받고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전문의와 교수님들이 메우고 있는데 다들 지쳤다"며 "교수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면 의료시스템은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대 C교수는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사라진 이후 남은 의사들에게 업무가 가중됐다. 다들 번아웃이 오고 있다"며 "정부 측이든 의사 측이든 누구든 간에 이 사태를 끝냈으면 하는 마음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일종의 배수진을 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게 된다면 필수인력 부분의 의료체계가 먼저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사직서 제출을 계기로 한국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사직서 제출 결의와 관련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필수 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속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비상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의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 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지고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