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격전지 된 韓, 토종 경쟁력 끌어올려야

      2024.03.17 20:10   수정 : 2024.03.17 20:10기사원문
한국 시장이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초저가를 무기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아시아 국적 쇼핑업체까지 가세해 시장 쟁탈전이 뜨겁다고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법질서가 지켜지는 건강한 상거래를 전제로 했을 때의 일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제도를 정비해 해외업체의 불법과 역차별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늦은 감이 있다. 수세에 몰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과제가 됐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규모는 227조원대다. JP모건은 이 시장이 2026년엔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투자금액이 현재 13조원을 넘는다.

중국 직구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알리는 축구장 25개 규모의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지어 쿠팡의 로켓배송에 필적할 신속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패션전문가 등 국내 유통인력을 대거 채용할 예정이어서 인재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국내 시장에 깊숙이 진입했다. 이커머스 앱 월간사용자 수를 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 800만명을 넘었다. 순위는 11번가(736만명)를 제쳐 2위까지 급상승했다. 1위 쿠팡(3010만명)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알리의 국내 온·오프라인 투자 속도를 볼 때 쿠팡은 쫓기는 신세다. 중국 후발주자 테무, 쉬인의 파상공세도 말할 것 없다. 여기에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 등 다른 아시아의 쇼핑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급속히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해외 업체들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물류 인프라가 탄탄하고 서비스에 필요한 고도의 정보기술을 자랑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세계 어느 곳보다 많다. 국내 물류센터를 짓는 업체들은 전 세계에서 호감도가 높아진 K상품을 플랫폼에 탑재하려는 의도도 있다.

문제는 안방 시장을 해외 유통 플랫폼이 좌지우지할 경우 국내 유통 생태계가 자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의 이익을 보고 해외 플랫폼을 선택한 국내 중소·영세 업체들도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해외 업체들이 미비한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질주하는 사이 정부는 구경만 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 유통업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가격·품질 혁신에 소홀했던 국내 업체들의 안일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적을 보면 업계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을 빼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봤다.
쇼핑의 국경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국내 업체도 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역직구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결국엔 영업력과 제품·서비스 경쟁력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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