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차단나선 한동훈…"이종섭, 즉각 귀국해야"

      2024.03.17 21:57   수정 : 2024.03.17 21:57기사원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도피성 출국' 논란을 빚은 이종섭 주 호주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스스로 거취를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간 이 대사를 엄호해오던 기존 정부·여당 기류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특히 황 수석 문제에 있어 대국민 사과 선에서 마무리를 지으려던 대통령실 기조와도 대치되는 태도로, 제2의 당정 갈등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권에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자 한 위원장이 이같은 기류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당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각 소환하고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수석 발언과 관련해서도 한 위원장은 "부적절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도피성 임명'이라고 지적했지만 대통령실은 "임명 철회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황 수석은 출입기자단과 식사 중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되자 전날(16일) 언론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간 여당은 대통령실과 기조를 맞춰 이 대사와 관련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억지 도피 프레임'이라고 맞서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사의 발령은 방산 등 국익을 위해 공관장의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이뤄진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민주당이 선거표만 생각하고 계속 정치공세를 하고 있는 것은 선거에 유리하면 나라 위상도, 국익도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황 수석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을 아껴왔다.

한 위원장이 이러한 당정일체 분위기에서 이탈한 것은 최근 불거진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한 위원장은 이 대사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도권을 비롯한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이 한 위원장과 지도부를 향해 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한 위원장이 즉각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혜 국민의힘 예비후보(경기 성남 분당을) 역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면서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후보가 사퇴했다.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썼다.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간 공식 충돌은 이번이 두번째다.
한 위원장 취임 1개월차에 불거진 당정 갈등의 원인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이었다. 한 위원장이 임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공식 석상에서 김 여사의 논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데 이어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에 힘을 실어주자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충남 서천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극적 화해 장면을 연출하면서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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