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험 높이는 이상고온..질병청 "대비책·감시로 막는다"
2024.03.18 12:00
수정 : 2024.03.18 12:00기사원문
지난 15일 질병관리청은 제주도 곶자왈공원에서 '기후변화 대비 매개체 감시 현황'과 '기후변화 건강영향과 대비'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질병을 옮길 수 있는 곤충과 동물의 발육기간이 단축되고 개체수가 증가하게 된다. 사람과의 접촉 기회 역시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 병원체의 증식 기간 역시 고온에 줄어든다. 또 습도가 올라가면 유충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생존력이 증대된다. 더워지고 습해지는 환경은 질병 매개 곤충과 설치류, 병원체의 활동성을 높인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 과장은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의 기후 변화를 보면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고, 봄과 여름은 시작일이 각각 17일과 11일 빨라졌다"며 "또 최근 30년 동안 여름은 118일을 기록해 가장 긴 계절이 됐고 가을은 69일에 그쳐 가장 짧은 계절이 됐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지난 197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도움으로 일본뇌염에 대한 유행예측 사업을 진행한 이후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중증혈소판감소증(SFTS), 뎅기열, 황열, 지카, 치쿤군야 등 각종 감염병과 이를 매개하는 곤충과 동물을 감시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유입매채체를 감시하기 위해 전국 13개 검역소와 5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협력해 모기를 감시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라 국내 토착화 가능성이 높은 뎅기열의 유입을 중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와 이미 한국의 숲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흰줄숲모기를 통해 감염된다. 해외에서 뎅기열에 감염된 사람이 국내 흰줄숲모기에 물리고, 이 모기가 다시 해외여행력이 없는 사람에게 전파를 하고, 이런 전파가 지속되면 국내에서도 토착화가 이뤄진다. 질병청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내 공항·만에서 발열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장은 "다행스럽게도 국내에 있는 흰줄숲모기는 뎅기열을 전파할 수 있지만 이집트숲모기에 비해 현저하게 감염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토착화는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에 상륙한 상황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면 거주지 주변 지역에 대한 방제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숲모기는 1월 평균 기온 영상 10도 수준이면 서식할 수 있는데, 제주도의 경우 그 수준에 가장 빨리 도달할 것"이라며 "1월 평균 기온 영상 10도 라인이 북상해 국내도 해당되기 시작한다면 모기에 따른 방역체계는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질병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적응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1년 기후변화 건강보호 및 촉진법을 발의했고 영국도 2022년 건강관리법을 승인하고 보건안전청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5년마다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마련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 강화대책은 폭염과 한파, 이상기온에 대비한 건강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기후보건영향평가를 5년마다 조사하고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유형과 내용, 특성을 평가한다. 또 여기서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 질환, 성별·연령·지역별 분포 등도 조사된다.
안윤진 질병청 미래질병대비과 과장은 "질병청은 기후위기 선제적 조치를 위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체계 확립, 근거중심의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기반 구축을 골자로 하는 '기후보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3월 말이나 4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고, 이와 관련한 설명회 등도 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