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아침마당' 이후 5년 공백 "새로운 도전 원했다" ①
2024.03.18 14:01
수정 : 2024.03.18 14:01기사원문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종종 있는 일이랍니다.
자신도 모르게 결혼이니 사회생활이니 시시콜콜한 고민을 털어놓은 후 스스로 당황한 기자에게 이금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아나:바다]의 첫 주인공으로 이금희를 만났다. 이금희는 '말'의 중요성과 '진심'의 힘을 아는 이였다. 웃음소리로 채워진 말 속에 분명하고 뚜렷한 마음을 담았다. 이금희만의 진한 대화의 비결을 묻자, "글쎄요"라면서도 무엇이든 '오래' 하는 것을 좋아했던 자신이 거쳐온 방송 덕분이 아니겠냐고 했다.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시작한 방송 인생. 꿈꾸던 아나운서가 되어 '끝'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온 KBS에서의 11년, 그리고 18년간 전 국민의 아침을 함께 했던 '아침마당', 또 소통과 진심을 최우선으로 거쳐온 라디오들이 이금희의 바탕이 되었다. '아침마당' 이후에는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는 유연함으로 삶을 더욱 다채롭게 칠하고 있다.
"안 되면 어때요, 도전했으니까 안 되는 것도 알 수 있었잖아요." 이금희는 웃었다. 평생 방송인으로 살고 싶다는 이금희가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KBS에서 만났다. 2000년 퇴사했지만 '아침마당'을 2016년까지 했고 지금도 라디오('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 를 진행하러 매일 오는 곳 아닌가. KBS는 어떤 곳인가.
▶나에게는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모두 꽤 오래 일하고 있는 분들이다.(KBS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편안한 곳이기도 할 것 같다.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 않을까. 일로서는 당연히 편안하고 좋다. 아나운서 시절에는 정말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닌다는 마음으로 다녔다. 오래 다닐 줄 알았는데 그만두게 되면서 그 후로는 마음가짐이 전과 같다고는 하기 어렵다. 프리랜서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아침마당' 이후 '거침마당'으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고 최근 '유퀴즈', 유튜브 마이금희,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로기완'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다.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처음 일해본 것이다. 내게는 새로운 프로젝트였는데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더라. '도전'을 의식하며 일한 것은 아닌데 주변에서 의외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주더라. ('거침마당'도) 카카오TV에서 제안받은 건데 듣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더라. 바로 '네 할게요'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흥미로웠다. 도전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출연한 후에 '잘 안됐으면 어쩔 뻔했냐'고 하더라. 그러게, 그 생각은 못 했다.(웃음) 안 되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안 된다는 것도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원래 성격도 그런가, 아니면 프리랜서가 된 이후의 변화인가.
▶생각해 보면 원래 그런 것 같다. '아침마당' 그만두고 '거침마당'을 하기까지 5년 정도 걸렸다. 그사이에 제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침마당'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18년을 했는데 내가 또 할 것이 있을까, 출연자들도 비슷한 분들일 거고, 구성도 그렇지 않을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거다. '거침마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어서 좋았다. 18년간 해온 교양 MC 이미지를 버리고 예능을 한다? 안 해봤던 거도 해봐야 맞는지 안다. 새로운 분야에서 신인이 되는 건 두렵지 않다. 안 되면 별수 없는 거고. (웃음)
-2000년에 퇴사했다. 향후 활동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당시는 건강 문제로 퇴사한 거다. 2000년은 정말 일이 몰리는 시기였다. 밀레니엄 특집,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하루하루가 특집방송이었다. 일간 방송에 주간 방송에 수많은 특집 프로그램을 맡았다. 모두 감사한 기회였지만 정말 피로가 심하게 누적된 상태였다. 하루에 생방송을 세 번씩 했고 완전히 지치더라.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한 번도 '못하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때 처음 못하겠다고 했다. '생방송이 세 개에 녹화까지 다섯 개다'라며 못하겠다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생방송을 하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어지럽고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던 적이 있다. FD에게 신호를 보내고 주저앉아 있다가 클로징 멘트만 하고 곧바로 병원을 갔다. 의사가 '당장 모든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태'라고 하더라. 의학적으로 쇼크라고. 퇴사는 당시 나로서는 다음에 뭘 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을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여서 선택한 것이었다. 제일 먼저 헬스클럽을 등록했다. 나한테는 정말 '쉼'과 회복이 필요했다. 휴게실에 가서 자더라도 헬스클럽에 갔다.
-퇴사 후 어땠나. 2016년에 '아침마당'에서 하차한 것도 큰 변화였을 것 같다.
▶2000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상상도 하지 못한 환경이 된 거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내게 큰 변화는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고 '아침마당'을 그만둔 것은 오히려 큰 변화는 아니었다. 내게 정말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걸 선배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20년 이상 강의했으니 그 경험도 담아달라고 하더라.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냈는데 그 뒤로 정말 많은 강연 요청을 받았다. 세대 간 소통에 대해 그리고 말하기에 대해 강연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소통한다. 방송과 강연 주요 활동 분야가 된 두 곳이 된, 아주 큰 변화였다.
-유튜브 채널 '마이금희' 소통도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시장으로 도전했는데.
▶요즘은 유튜브라는 게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나도 많이 본다. 비방송인들도 유튜브에서 방송하지 않나. 정보도 있고 재미도 있다. 내 개인 방송국 같은 곳인데 인터뷰 콘텐츠를 많이 하려고 한다. 북토크나 뮤지컬 관련 토크 등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올해 벌써 책을 12권이나 읽었다. 내게도 좋은 영향이 있고 일하는 것도 즐겁다.
<【아나:바다】이금희 편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