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러시아" 외치는 현대판 차르, 우크라戰 더 밀어붙일듯
2024.03.18 18:30
수정 : 2024.03.18 18:30기사원문
■러시아 위상 끌어올려 지지도 높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마땅한 적수가 없어 쉽게 5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국가 중심으로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했으나 푸틴의 통치 기반은 견고했다.
BBC는 러시아인들은 동기나 결과를 떠나 전쟁 중일 때는 지도자를 지지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가 아닌 서방국들이 일으켰다는 보도를 믿어왔다고 분석했다.
'나치 제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진 저지' 등 푸틴이 내세운 특별군사작전 명분에 동조하는 현지 여론도 크다. 지난해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틴의 지지율은 줄곧 80%를 웃돌았다.
■우크라 전쟁에 더 주력 예상
그동안 푸틴은 여러 인터뷰와 연설에서 대선 이후 계획들을 시사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임을 예고해왔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미국평화연구소의 안젤라 스텐트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적인 전쟁'이며 자신은 세계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지키고 자국 영토를 보존하려는 지도자임을 이번 대선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가 예고한 것은 전쟁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 시들해지는 틈을 타 푸틴이 러시아군의 2차 군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30만명을 징집했을 당시 전문직 종사자들을 포함해 청년 수십만명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경험한 러시아 정부는 방지를 위해 국경폐쇄 같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텐트 고문은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국민들의 다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있지만 "가장이나 아들, 형제를 전장으로 보내게 된다면 달라진다"며 2년 전처럼 또다시 반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이번 대선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의 가족들이 투표함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행동들이 있었다며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국내에서 전쟁 반대 시험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텐트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실시되는 선거 결과에 주목하면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감소하면 어떻게 될지를 기다릴 것"이라며 "현재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을 최대한 길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엇갈린 주변국 반응
푸틴의 5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방국가들은 푸틴의 압승은 사실상의 정적 배제와 선거 투명성 훼손 때문이라며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18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사람들의 출마를 막았던 것을 고려할 때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논평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이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모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고, 독일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 선거 결과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일부 유럽국가들은 국영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공개적인 정치적 토론이 부재했던 것과, 지난달 교도소에서 사망한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등 정적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과 북한 등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CNN은 그의 재선을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같은 지도자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중국 외에도 푸틴이 재선되면서 권력이 더 강해지는 것을 보게 될 북한, 이란의 지도자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