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물가 고통, 정부 최우선 해결과제로

      2024.03.18 18:40   수정 : 2024.03.18 18:40기사원문
들썩이는 물가에 서민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사과, 배 등 농산물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외식비, 가공식품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부문을 구성하는 세부품목 39개 중 1년 전 대비 가격이 떨어진 품목이 하나도 없었다.

이 중 70%인 27개 품목은 평균 상승률(3.1%)보다 높았다.

라면, 빵 등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가공식품 세부품목 73개 중 1년 새 가격이 오른 품목이 떨어진 품목의 2배 이상이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체감지수는 더 심각하다. 빵 소비자물가는 그사이 20% 가까이 뛰었고 우유, 라면도 15% 올랐다. 자장면, 김밥 등도 비슷한 상승세다.

시중의 먹거리 가격은 지금 안 오른 것이 없다. 특히나 기후요인 등으로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든 과일, 채소가 전방위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 10㎏당 도매가격은 지난 1월 중순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넘어섰고, 지금까지도 계속 오름세다. 지난주엔 9만1700원까지 올라 1년 새 무려 123% 급등했다. 안정세를 찾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3%대로 다시 뛴 것 역시 과일 값 때문이었다.

정부는 뒤늦게 과일·채소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늘리고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상품권 추가 발행에 나섰지만 효과는 불확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사과 값을 잡겠다고 큰소리쳤으면서도 정작 국내에 보관 중인 사과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과 검역협상 등의 절차가 있어 사과 수입량은 현재 제로 상태다. 그렇다면 국내 저장 중인 사과 물량이라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 작업도 순조롭지 않다는 것이다. 농가가 정부와 계약해 재배하는 물량도 있지만 대부분 농산물은 농가가 유통업체와 계약해 재배한 뒤 시장에 풀리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 시대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시장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오고 있으나 금리를 내린다 한들 과거 같은 저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다. 그런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를 자극할 선심정책은 피하고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기업의 과도한 제품 값 인상이 자제돼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이를 비춰볼 때 지금 정부와 기업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곡물 값, 원자재 비용은 지난해 지속적으로 내렸는데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과 비교해 30% 이상 하락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도 전쟁 무렵 고점을 찍고 지난달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일부 식품기업은 지난해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원가절감 덕을 적잖이 봤을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물가안정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람직하다.

잡히지 않는 물가에 이제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의 조치"를 언급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여러 지원책을 전폭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결의가 성과를 내려면 현장에 맞는 세심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물가안정이 최고의 민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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