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악화일로'

      2024.03.18 18:41   수정 : 2024.03.18 18:41기사원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충돌과 인명 피해가 계속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실책을 지적하며 정부 교체를 압박했으며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비난에 가세했다. 이에 네타냐후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맞섰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17일(현지시간) 내각 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구에 대한 공격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를 평정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파괴하기 위해 라파 일대를 포위중이다.
미 정부는 라파에 피난민이 너무 많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0월 7일에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일을 잊은 것이냐?"라며 하마스의 만행을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일부가 이스라엘군과 정부, 총리를 향해 거짓 비난을 퍼부으며 전쟁을 멈추려 한다"라며 "그들은 선거로 전쟁을 중단시키고 최소 6개월간 국가를 마비시키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의 이번 발언은 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슈머는 지난 14일 상원 회의에서 네타냐후를 "평화의 중대한 장애물"로 규정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최선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슈머는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라며 사실상 네타냐후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음날 바이든은 "슈머는 좋은 연설을 했다.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17일 미 CNN을 통해 "자매 민주주의 국가에 가서 그곳의 선출된 지도부를 교체하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슈머를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인 다수가 내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우리는 과격분자의 정부가 아니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을 대표한다. 슈머가 이들 정책을 반대한다면 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네타냐후에게 퇴진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휴전을 언급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 네타냐후에게 라파 공격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또다시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역시 이스라엘에게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17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세계 평화가 필요하고 중동에서의 평화가 필요하다"면서 "그것(가자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재임 기간에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노골적인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이후 휴전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트럼프는 이스라엘 인질이나 휴전을 위한 조건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슈머의 네타냐후 교체 요구에 대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편을 들었다며 "이스라엘을 버렸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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