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효부가 어딨냐"..며느리 차량에 숨진 시어머니, 주민들 '충격'
2024.03.19 06:47
수정 : 2024.03.19 09: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밤중 마당에 누워 있던 치매 시어머니가 며느리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주민들은 며느리가 '효부'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9시1분께 전북 익산시 성당면에서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던 A씨(55)가 집 마당에 있던 시어머니 B씨(91)를 차로 치었다. 이 사고로 B씨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익산 시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는 7∼8년 전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오전 8시40분이면 이 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시어머니가 오후까지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오후 4시40분 귀가할 때쯤이면 이곳을 다시 방문해 식사 등을 챙겼다.
B씨가 차츰 거동이 불편해지자 A씨 부부는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는 "고향 집에서 자다가 죽고 싶다"라면서 이곳에서 혼자 생활해왔다.
걱정된 아들(66)은 집안 곳곳에 폐쇄회로(CC)TV는 물론, 내부에 어머니가 일어서고 앉기 편하도록 각종 손잡이를 설치했다. 휴대전화에 연결된 CCTV를 통해 고향 집을 살펴보는 게 가장 큰 일과였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은 금요일 오후면 내려와 어머니를 돌봤고,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새벽에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사고 당일도 며느리는 B씨를 돌보기 위해 골목길에서 우회전해 마당으로 진입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 이장은 "어르신이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서 성인용 기저귀도 안 차려고 했고 3년 전까지만 해도 밭일을 할 정도로 정정하셨다"라며 "워낙 고령이라 수년 전부터 몸이 안 좋았고 이런 뒤치다꺼리를 모두 A씨가 했는데, A씨가 사고를 내고 오열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고로 A씨 가족의 충격이 크다"라며 "요즘 그런 효부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마당에 누워있던 시어머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CCTV를 확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