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경성 배경 '라 트라비아타'가 온다
2024.03.19 10:33
수정 : 2024.03.20 07:48기사원문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가 1900년대 초반 혼돈과 열망이 소용돌이 치는 조선의 경성으로 탈바꿈한다.
19일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에 따르면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오는 4월 2일~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다.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라 트라비아타’는 지난 1948년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당시 공연명이 ‘춘희-동백아가씨’였다.
지난해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카르멘'과 국내 최초로 세계적 명성의 테너 이용훈을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시키는 등 오페라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이 2024년 첫 오페라로 ‘춘희’를 선보인다.
프랑스 작가 알렉산드르 뒤마피스의 소설 '춘희'가 원작인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의 고급 창녀 비올레타가 귀족 청년 알프레도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나 괴로워하다 결국 폐렴으로 죽는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한 파리 사교계의 프리마돈나 마리 듀프레시라는 실제 여성을 모델로 쓴 소설 '춘희'의 본래 제목은 '동백꽃 여인(혹은 동백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춘희'로 번역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번에 선보이는 오페라 '춘희'는 1900년대 초반 경성을 무대로 기생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비올레타’가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지고, 나라를 구하려는 열망과 사랑의 열병 사이에서 방황한다는 내용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경성이 배경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춘희’를 떠올렸다"며 "순수하고 병약한 여주인공 대신 조국 독립을 위해 신분을 위장한 강인한 여성이 순수한 사랑에 빠진다. 무엇보다도 베르디 음악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번 공연을 통해 K오페라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서양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페라가 이제 한국의 미와 교감할 때가 됐다. 한옥,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서양 고전의 정수 오페라와 만나 한층 깊은 차원의 감동을 전 세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지현, 손지훈 '춘희'로 한국 오페라 무대 데뷔
이번 작품 연출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하는 이래이가 맡는다. 그는 2023년 오페라 ‘투란도트’의 협력연출을 역임했다. 지휘는 국내 대표적인 여성 지휘자로 현재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여자경이 맡는다.
주인공 비올레타 역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연에서 질다 역으로 활약한 이혜정이 맡는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소속가수인 이지현과 더블 캐스팅이다.
유럽에서 '체칠리아 지현 리'로 활동하는 이지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를 갖는다. 그는 지난 2022년 아우구스부르크 오페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알프레도 역에는 한국의 정상급 성악가 중 한 명인 정호윤과 지난해 우리나라 테너로는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손지훈이 맡는다. 손지훈 역시 이번 공연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다.
제르몽 역에는 관록의 오페라 가수 유동직과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역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김기훈이 지난 2023년 ‘마술피리’에 이어 서울시오페라단과 다시 한번 인연을 맺는다. 또 플로라 역은 메조소프라노 신현선과 김순희가 열연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2월에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2024년 정기공연 출연진 오디션’을 통해서 많은 배역들이 선정됐다. 그랑빌 역의 한혜열, 듀폴 남작역의 염현준, 가스톤 자작 역의 오현용·김지민, 쥬세페 역의 이상문·최병준, 안니나 역의 김누리·김나연 등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오페라 무대 위 성악가들이 입는 한복은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