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은 몸 다같이..에로영화냐"..'황의조 영상' 재생에 피해자 '눈물'

      2024.03.19 14:04   수정 : 2024.03.19 14: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축구 선수 황의조가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형수 이모씨의 1심 재판에서 해당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재생된 사실이 드러났다.

원칙에 따라 영상 시청했다는 법원

19일 KBS는 불법 촬영 피해 여성인 A씨의 심경이 담긴 입장문을 공개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관련 동영상이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됐다며 분노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영상 시청을 위해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기사를 봤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판사님은 제가 누군지 모를 뿐, 가해자 변호인과 황씨 형수, 제 변호사도 모두 저를 알고 있다. 비공개로 재판이 전환됐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영상이 시청됐다"라며 "제 벗은 몸의 영상을 개방적인 공간에서 왜 '함께' 시청되고 공유돼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비공개 전환 당시 법정에 있던 이은의 변호사는 "범죄를 단죄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게 되는 상황과 피해자가 갖는 성적모욕감이 유포 범죄가 갖는 본질"이라면서 "피해자가 당일 전화 와서 자신의 영상이 에로영화라도 되는 것이냐며 한 시간을 울었다"라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도 "영상물에 대한 증거조사는 형사소송 규칙상 무조건 재생하도록 돼 있다"라면서도 "2020년 'N번방 사건' 이후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틀지 않고, 판사와 검사, 변호인 앞 모니터 화면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입장에선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에 대해 "증거조사로 영상을 보는 과정을 원칙적으로 운영했다"라며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라는 입장이다.

피해자 "모든 관계 무너졌다" 고통 호소

A씨는 이씨에 대한 판결문 내용 중 '영상과 사진만으로 황의조를 제외한 피해자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걸 고려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그는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의 불법 영상 유포는 사회적으로 용인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얼굴을 잘라서 올리는 불법 촬영물은 무죄이거나 감형 요소가 된다는 건가? 얼굴이 잘렸다고 영상 속 여자가 피해자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 벗은 몸이 국내외 사이트에, 단톡방에 수억개가 복제돼 돌아다닌다.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다. 유포가 확산되면 될수록 저의 불안감, 공포심은 더욱 커진다"라고 호소했다.

또 A씨는 "제가 특정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 변호인, 가족과 저의 지인 모두 저를 특정할 수 있다. 가해자 변호인과 황의조 부모, 친형, 형수 이씨의 형제와 부모 등 제 신상을 아는 사람은 족히 세어봐도 50여명이 넘는다"라고 했다.

A씨는 "주변 모든 관계가 무너졌다"라며 "모든 인연을 끊고 숨어서 지내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지난 14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및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의조 형수 이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진과 영상 만으론 피해자 황의조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자 중 황씨와 합의한 피해자는 형수 이씨의 선처를 구하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황씨 측은 입장문을 내면서 영상 속 여성을 추정할 수 있는 신상 정보를 일부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씨 선고 결과에 대해 "피해자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제로 광범위하게 유포돼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라며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황씨 형수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심 선고형량이 가볍다고 판단된다"라면서 항소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