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키우면서 안식 찾는 한국인"?…외신이 전한 '반려돌' 열풍
2024.03.19 17:30
수정 : 2024.03.19 17: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에서 작은 돌을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반려돌'이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로한 한국인들이 '펫락'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국의 '반려돌' 유행에 주목했다.
"'멍때리기 대회' 이은 독특한 휴식…유명인 힘 입어 인기"
WSJ는 '반려돌'이 앞서 한국에서 유행한 '가상 장례식 체험'이나 '멍때리기 대회'처럼 바쁜 한국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특이한' 방법이라고 봤다.
WSJ는 한국인들이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면서 이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반려돌 인기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2021년께로, 당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돌을 직접 공개하며 더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반려돌을 취급하는 한 국내 업체의 대표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반려돌 주문이 150∼200개 들어오며, 최근에는 기본적인 회색 돌 외에 분홍색 장미석영(로즈쿼츠) 등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돌 '방방이'를 산책이나 운동을 갈 때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33세 구모씨는 WSJ에 "이 돌이 지금의 상태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견뎠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일종의 평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 '펫락' 문화와 유사…"수석 모으는 취미와 비슷"
돌을 반려동물처럼 키운다는 개념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75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한 광고회사 중진이 작은 돌을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판매하는 '펫락'(Pet Rock)을 선보여 유행시켰다.
당시 미국에서 짧게 유행했다가 사라진 '펫락' 열풍이 약 반세기 만에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다시 유행하는 것이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펫락이 선물 받는 사람을 놀리려는 일종의 장난처럼 유행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요함과 정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고려대 한국학 연구소의 김진국 교수는 WSJ에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자연물을 닮은 장식용 돌 '수석'이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왔다며 "돌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