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은 최소치… 의료개혁 물러서면 국민이 피해"
2024.03.20 18:48
수정 : 2024.03.20 18:48기사원문
■2000명은 최소치… 교육여력 충분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교육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며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규모 그대로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꼴찌"라며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등 국내 정상급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2035년에는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035년이 되면 우리 국민의 30%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되고 입원수요도 30∼40대에 비해 11배 이상 높다는 건보공단의 통계에서 보듯이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명 증가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한 총리는 "현재 규정상 의대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은 교수 한 명당 학생 1.6명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교수 한 명에 학생이 0.4명인 곳도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내 의대는 한 학년당 학생 수가 평균 77명이다. 미국(146명), 독일(243명), 영국(221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국내 의대의 한 학년당 학생 수는 평균 127명에 그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치적 손익에 따른 타협 국민 피해
한 총리는 "2000명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의료계의 의대 증원 재검토 요구를 일축했다. 적당한 타협은 직무유기라는 강경한 입장을 이어간 것이다. 이어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이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의대정원 351명을 감축했다"며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년의 타협이 2035년의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2024년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또 "의대 증원만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마련해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들어 1조원을 들여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했고,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비를 지원하고, 연속근무 시간을 줄이는 시범사업도 착수한다. 21일에는 전공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정부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한 총리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가치에 걸맞게 정당하게 보상받고 보람 있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의료 강화'도 정부의 중점 추진과제다. 한 총리는 "지역의료 강화는 가장 절박한 분야"라며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신입생은 지역인재 전형을 적극 활용해 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립대 교수 1000명 신규 채용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4월부터 가동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현장을 지키고 계신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병원 관계자 여러분 덕분에 비상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며 "국민을 대표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