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재산명시명령 그리고 세금 이슈

      2024.03.23 09:00   수정 : 2024.03.23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부이면서도 서로의 재산에 대해서 일절 터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부부 중 한사람이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생활비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잘 살던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재산분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서로의 재산에 대해 100%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거치게 되는 경우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필수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재산명시명령의 활용

법원이 소송 당사자의 모든 재산에 대해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소송 당사자에게 재산명시명령을 한다.


이 재산명시명령을 받은 사람은 법원이 정한 기간 내에 법원이 제시한 기준일에 맞춰 스스로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하고, 만약 소송 당사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로 나는 가정법원에 근무할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법원의 재산명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당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많다. 이 과태료는 대리인이 아닌 당사자 본인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대리인들은 법원이 정한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법원이 명한 기간 내에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법원에 재산목록 제출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신청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당사자가 제출할 재산목록에는 예금, 보험, 주식 및 부동산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예금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보험은 보험가입내역서비스 통해, 주식은 주식찾기서비스를 통해, 부동산은 온나라부동산정보 3.0을 통해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이렇게 일방의 재산목록이 제출되면 상대방은 제출된 재산목록 중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에 증거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위 각 사이트를 통해 나온 화면 중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일부 화면만 제출한다든지 기준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으로 바꿔서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러나 당사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은 재판부가 꼼꼼하게 살펴볼 뿐만 아니라 상대방 대리인도 크로스 체크하게 되어 있으므로 불필요한 꼼수를 부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폭락이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

가정법원에 근무할 당시 설이나 추석 연휴기간이 지나면 협의이혼이나 이혼소송 접수 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는 얘기를 동료들이나 직원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또한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이혼 소송 접수 건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실 정말 그러한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혼에 수반되는 재산분할만큼은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 확실하다.

이혼소송과 함께 청구된 재산분할에 있어서 분할대상 재산에 대한 가액 평가의 기준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이다. 즉 1심 법원 또는 항소심 법원에서 재판을 마칠 때 기준으로 재산분할명세표가 작성된다.

보통 거래가 빈번한 아파트 같은 경우 금융기관에서 제공한 부동산시세(KB 부동산시세)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내역을 참작하고, 토지나 단독주택 같은 부동산은 부동산감정을 거친다. 몇 년 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해서 재산분할 시 서로 부동산을 가져가길 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받지 못했던 당사자가 1심 법원의 재산분할에 대해 재산분할 대상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이를 반영해달라며 1심 법원의 재산분할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고 금리도 매우 높으므로 재산분할 시 서로 현금으로 정산받기를 원한다. 1심에서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가지게 된 당사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므로 더 떨어진 가격을 반영해 다른 일방에게 주어야 할 정산금을 낮춰 달라는 취지의 항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의할 점은 재산분할로 인해 이전받은 부동산을 그 후에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는(양도소득세가 문제되는 경우) 취득가액은 최초의 취득가액이 기준이지 재산분할을 받을 당시의 가액이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재산분할 시 부동산을 분할받는 것보다 현금으로 정산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부동산들은 대체로 취득한지 오래된 것들인데 이를 처분할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최초의 취득가액이 기준이 되므로 나중에 거액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계속 보유해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어 처분이 불필요한 수익형 부동산이라면 부동산을 재산분할 받는 것도 괜찮다. 가끔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신의 가지고 있던 부동산의 처분이 불가피하므로 그 처분에 관해 부과될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분할대상재산의 가액에서 미리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재산분할 이후의 사정이므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부부공동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경우 현재는 현금으로 정산받는 측이 유리할 것이다.

재산분할로 이전받은 재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할까
부부 간 증여액이 6억원을 초과하게 되면 증여세를 내야한다. 그런데 부부가 이혼하면서 부부 일방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으면 수십, 수백억원을 재산분할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재산분할을 받더라도 가장이혼이 아닌 이상 여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취등록세는 별론). 왜냐하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고,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가장이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제도를 악용해 이를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된 경우에는 재산분할로 볼만한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는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