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다 죽게 둬"…지하철서 악담 들은 임신부
2024.03.22 05:00
수정 : 2024.03.22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임신부가 악담을 듣고 눈물을 쏟은 사연을 전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임신부인데 지하철에서 욕먹었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임산부석에 어떤 아줌마가 앉아있길래 그 앞에 서 있었다.
이어 "그래서 목례하고 앉았는데 내 옆에 그 딸이 계속 배려가 권리인 줄 안다며 엄마한테 구시렁대더라. 그 아줌마 말이 더 충격적인 게 딸한테 '그렇게 살다 죽게 둬' 이러더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기분이 상한 A 씨는 "지금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고 따져 물었고, 모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A 씨는 "순간 너무 황당하고 손이 떨렸다. 이게 죽으라는 말 들을 정도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딩크족으로 살려다가 임신했는데 입덧보다 오늘 마음이 더 괴롭다. 잊으려 해도 자꾸 눈물이 나온다. 딸 임신 중인데 이 세상에 태어날 내 딸이 갑자기 너무 가엽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진짜 화난다", "나도 애 가지고 지하철에서 더러운 꼴 많이 당해서 그런 거 보이면 너무 도와주고 싶다", "다 돌려받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임신부석을 둘러싼 갈등은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에도 한 육아 카페에는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임신부 B씨는 “6주간 단 한 번도 임산부 배려석에서 배려를 받은 적 없다. 오늘도 여전히 할머니가 앉아계신다”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85.8%로 조사됐다.
임신부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고(62.6%, 중복응답), 임산부 배려석이 없다면 먼저 자리를 양보받기 힘들기 때문(55.9%)이라고 답했다.
다만 임산부 배려석 자체도 이미 교통약자석이 존재하고, 여성 전용석이라는 인식을 조장하는 것 같아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83.1%는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거나 양보하는 것은 의무가 아닌 배려라고 생각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