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명룡대전'… 힘 있는 야당대표 vs 지역발전 적임자

      2024.03.21 18:51   수정 : 2024.03.21 21:23기사원문

인천 계양을은 전통적으로 진보 계열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 이전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계양을에서만 내리 5선을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계양을은 보수의 무덤이자 인천 최고의 민주당 텃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계양을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여야 대권 주자들의 빅매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고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하는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와 야당의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 간 이른바 '명룡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계양 발전 적임자 원희룡

"원희룡 후보 같은 이름값 높은 정치인이 숙원사업인 지역발전을 이뤄내실 수 있다고 믿는다."

21일 인천 계양구청 사거리에서 만난 김씨는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TV에만 보이지 계양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원 후보를 지지했다. 김씨는 계양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천 계양을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원 후보의 빨간색 점퍼 뒤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경험으로, 원희룡은 진짜 합니다'라는 슬로건이 쓰여 있었다. 원 후보 옆에는 빨간색 점퍼와 목도리, 같은 운동화까지 맞춰 신은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 후원회장도 자리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뀔 때마다 원 후보와 이 회장의 고개는 90도로 수차례 굽혀졌다. 한 주민과 악수를 마치자마자 다른 주민들의 사진요청도 이어졌다. 축구공을 들고 와 두 사람의 사인을 받은 한 주민은 "꼭 이겨 달라. 이번에는 꼭 바뀌어야 한다"고 응원했다.

총선을 20일 앞두고 원 후보와 이 후원회장은 점심도 거른 채 계양구 구석구석을 누비며 "한 분이라도 더 만나 인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역구보다는 전국 유세에 힘쓰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다. 며칠 전에도 원 후보를 다른 곳에서 만나 인사했다는 70대 주민 정씨는 "항상 옆에 꼭 붙어 있는 이천수 선수가 기특하고 좋아 보인다"며 "이 동네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쏠려 있어 불안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워낙 민주당세가 강한 계양을이지만 제주지사와 국토부 장관을 거치며 이름값을 높인 원 후보는 '이길 수 있다'는 의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원 후보는 "계양의 발전만 생각하며 한달 넘게 새벽부터 밤까지 계양의 모든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며 "진심, 열심, 뚝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주민들도 알아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원회장 역시 "이곳 토박이로 계양을 진심으로 발전시킬 분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선거에) 이기려고 돕고 있다"며 "축구를 할 때도 어려운 경기를 참 많이 해봤는데, 열심히 뛴다면 결과도 좋아지더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계양 발전을 강조하며 △서울지하철 2호선 연결·9호선 연장·GTX-D 작전서운역 추가 신설 △계산역·임학역 역세권 통합개발 추진 △계양경기장 부지 이용해 서운파크 조성 및 문화체육센터·교육지원센터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 후보는 "잃어버린 계양의 25년을 되찾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며 "지하철의 경우 오는 2025년 착공을 추진한다. 국토부 장관의 경험과 이름을 걸고 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힘 있는 야당 대표 이재명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래도 당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 뽑혀야 예산도 끌어오고 지역에 더 좋지 않겠냐."

지난 20일 인천 계양구청 앞에서 만난 70대 박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이유에 대해 "원희룡 후보도 참신하고 색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 후보에 비해 무게감이 약한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에게 인천 계양을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고 경기도지사까지 지냈지만, 이 후보에게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곳은 계양을이다. 따라서 이 후보는 계양을을 지난 대선에서 패한 자신을 품어준 새로운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후보의 등장에 계양을이 전국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계양구 토박이이자 인천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50대 후반 안병윤씨는 "이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래도 해본 사람이 낫겠다 싶어 이 후보를 뽑을 계획"이라며 "이 후보가 오고 나서 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계산중학교 근처에서 만난 20대 김진혁씨는 "아직 누굴 뽑을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 후보가 이길 것 같다"며 "동네를 보면 전반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 주민이 더 많다는 것이 느껴지고, 아직 2년밖에 지나지 않아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시선이 우세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환경에도 이 후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당 대표로 전국 지원유세를 돌면서도 틈틈이 주말마다 계양을 지역구를 방문, 주민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이 후보는 계양신협 임학지점 앞에서 주민들을 만나 약 3시간 동안 식당과 가게에 들러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등 소통에 나섰다. 지나가던 한 부부는 이 후보를 향해 "늘 응원한다"며 엄지손가락를 들었고, 이 후보는 "잘 부탁한다"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계양 테크노밸리 첨단산업단지 지정을 내걸었다.
계양테크노밸리를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로 성장시켜 경제 1번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이 후보는 △계양구 철도망 연결 문제 해결 △역세권 고밀복합개발 추진으로 주거복지 향상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런 정권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바꿀 수도, 계양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할 수도 없다"며 "나라의 명운이 달린 선거이자 무능, 무책임,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인 만큼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yj@fnnews.com 서영준 주원규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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