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질린 팔레스타인, 무장투쟁-하마스 지지율 추락

      2024.03.23 00:10   수정 : 2024.03.23 00: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공존을 원하는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 강경론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미국 N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팔레스타인 싱크탱크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SR)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PSR이 이달 5~10일 가자지구 주민 750명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주민 83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무장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46%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63%) 대비 17%p 줄어든 숫자다.
무장 투쟁을 주도하는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가자지구의 경우 전쟁 전인 지난해 9월 38%에서 같은해 12월 42%로 올랐다가 이달 34%로 줄었다. 서안지구 내 하마스 지지율은 같은 기간 12%에서 44%까지 올랐다가 이달 35%로 추락했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거주자 가운데 ‘2국가 해법’을 이용한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대비 27%P 늘어난 62%였다.

지난 1947년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을 유대인들의 이스라엘과 아랍계 주민의 팔레스타인으로 분할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유대인들은 1948년 유엔 합의를 깬 뒤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한 뒤 아랍계 주민을 몰아냈다. 현재 아랍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영토로 간주되는 지역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다.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였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과 수십 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자치권을 보장하면서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PLO 산하 무장단체였던 하마스는 PLO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로 바뀐 이후에도 강경론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지난 2007년 가자지구에서 PA를 몰아내고 자치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납치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침공해 지금까지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칼릴 시카키 PSR 소장은 지난해 12월 조사가 일시 휴전으로 인질·수감자 교환이 이뤄진 시기와 맞물려 이뤄졌다면 이번 조사는 가자 주민들이 '끝없는 고통'에 직면한 가운데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NBC는 현재 벌어지는 전쟁의 기간과 잔혹함으로 인해 가자 주민을 비롯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쟁과 외교적 해결책을 보는 방식이 상당히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지 주민들은 PA를 주도하는 ‘파타’당의 무기력과 부패보다는 그나마 하마스가 낫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에서 '파타 등 다른 단체에 비하면 하마스의 전쟁 성과는 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0%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파타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집계됐으며, 응답자 다수가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의 사퇴와 파타의 해산을 촉구했다.


PSR의 시카키는 최근 몇 년간 2국가 해법과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적 의제로 만들었다면서 주민들 역시 이러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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