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수텝' 보다 좋았던 숨겨진 사원 '왓 파 랏'

      2024.03.30 08:00   수정 : 2024.03.30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왓 우몽(동굴 사원), 왓 파 랏, 도이수텝

카페 넘버39에서 당 충전을 하고 '왓 우몽(동굴 사원)'으로 향했다. 입구 산책로를 따라 잠깐 걷다 보니 이름처럼 벽돌로 지은 동굴의 입구가 여럿 나왔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미로처럼 이어진 동굴을 따라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에도 기분 좋은 시원함이 올라왔다. '왓 우몽'은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이곳 저곳에서 한국 말도 들렸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고 황금 왕관을 쓴 현지 여성이 동굴 사원의 내부에서 잡지 사진 같은 것을 찍고 있었다.

동굴 외부에 있는 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행한 현지인 친구가 "사원을 천천히 세 바퀴 돌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설명을 해줬다. 사원을 천천히 돌아볼까 하다가 햇살도 따갑고, 이날 일정도 빡빡해서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동굴 사원의 나무에 붙어 있는 명언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기억하라. 열등감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치앙마이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올드타운 내부는 물론 교외에도 수많은 사찰이 있다. 시간을 내서 사찰 한 두 곳을 찾는 것도 좋지만, 다른 주요 일정과 동선이 겹치는 곳의 사찰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왓 우몽을 둘러보고 '왓 파 랏'으로 향했다. '왓 파 랏'은 불상이 많은 소규모 사찰로 숲속에 숨겨져 있어 등산로를 통해 들아갈 수 있다. 구글 리뷰를 찾아보니 '숨겨진 사원이라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방문했는데 좋았다'거나 '치앙마이의 숨겨진 보석같은 사원'이라는 등 괜찮은 리뷰가 많았다. 동선상으로도 가장 유명한 사원 중 하나인 도이수텝 사원을 가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들렸다 가기 좋은 곳이다.

왓 파랏 사원을 방문한 토요일은 현지 불교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사찰 입구에는 현지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태국 지폐를 나무젓가락 같은 것에 끼워 장식을 해놓은 것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주황색 승려복을 입은 동자승들은 이날의 불교 행사를 위해 절 내부에 있는 탑 주위에 노란색 초를 수십 개 놓아 두었다. 밤이 되면 탑에 올려 놓은 초에 불을 붙일 모양이었다. 동자승을 따라 작은 탑을 세 바퀴 돈 뒤에 소원을 하나 빌었다.

'올 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기게 해주세요.'
사찰 내부를 따라 조금 산을 오르다보면 계곡이 나오는데 계곡의 정상 부분을 오르다 보면 '인증샷'을 부르는 곳이 여럿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산의 정상 쯤에 있는 아주 얕고 잔잔한 물가였다. 물가의 끝에 발을 디딜 수 있는 턱이 있어서 그 턱에 서서 산 정상을 내려다보며 물가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기념으로 한 장 남길까 하다가 사진 찍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산에서는 치앙마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구고 쉬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프랏탓 도이수텝 사원은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사원 중 하나다.

긴 계단을 한동안 오르다보면 황금으로 빛나는 도이수텝 사원의 여러 건축물과 불상을 볼 수 있다. 1383년 케우 나오네 왕 시절, 부처의 사리를 안치하기 위해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도이수텝 사원은 태국 북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며 불교와 힌두교의 특징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양식이 특징이다. 도이수텝 사원은 치앙마이 여행 정보를 검색하며 유튜브 광고(아고다)로 한 100번 넘게 본 것 같아서 새롭지는 않았다.

도이뿌이 몽족 마을, 뿌이산 전망대


도이수텝 사원에 이어 방문한 곳은 '도이뿌이 몽족 마을'이란 태국 전통 부족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주차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 운동장에 차를 댔다. 차를 대고 있는데 현지 옷을 입은 5~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태국 말로 무어라 무어라 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동행인 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마을을 안내해 주겠다. (대신 그 댓가로 돈을 달라)"는 용건이었다고 한다. 짠한 마음에 지폐라도 한 장 건네야 하나 생각했는데 아이는 곧 아장아장 걸어서 엄마에게로 향했다.

별 다른 계획 없이 찾은 곳이었지만 도이뿌이 몽족 마을은 시간을 내서 들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이 거의 없다시피 해 마을 전체를 우리 일행을 포함해 몇 명이 둘러 보는 게 다였다. 관광객보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 훨씬 더 많았다. 달콤한 맛이 특징인 '로즈와인'을 사서 이날 저녁 호텔에서 먹었다. 나름 흥정을 해서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치앙마이 근교 '먼쨈'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딸기 농장과 상점들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여러 곳을 둘러보니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몽족 마을 근처에 있는 '뿌이산 전망대'란 곳으로 향했다. 산 길을 따라 한동안 오르니 작은 벤치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몇몇 상인이 있었다. 6시가 지나자 붉은 태양이 산 아래로 서서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치앙마이 토요마켓을 둘러봤다. 치앙마이 토요마켓은 가장 붐비는 시기의 명동 이상으로 사람이 많았다. 층층이 쌓여진 사람의 벽을 따라 줄을 이뤄 여러가지 상점과 길거리 음식 등을 구경했다. 시장 한 구석에는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이 노상에서 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시장 한 켠에 마련된 푸드코트에 들려 돼지고기 립, 양념 감자, 파타이 등을 먹었다. 토요마켓과 일요마켓은 오직 주말 밤에만 여는데 둘 모두 비슷했다. 규모는 일요마켓이 조금 더 컸는데 굳이 이틀 모두 다 가보지는 않아도 될 법 했다.

치앙마이는 하루 날을 정해 시장만 돌아봐도 될 만큼 다양한 시장이 있는데 '코코넛 마켓'과 '참차 마켓'은 직접 가진 못했지만 후보 리스트엔 올린 곳들이었다. 토요마켓을 구경하러 가던 중에 '농부악핫공원'을 잠깐 들렸는데 꽃 축제 시즌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아름다운 조경과 동상 등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타이트하고 피곤했던 치앙마이 이틀 째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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