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한반도 긴장감… 글로벌 안보의 ‘린치핀’ 된 한국

      2024.03.25 06:00   수정 : 2024.03.2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생존이나 협상에 필요한 수준을 이미 넘어서는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더해 최근엔 재래식 전투체계까지 강화하고 있는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사시 대남 '평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시도는 북한의 피폐한 경제력과 낙후된 무기체계로는 감행하기 어렵다거나, 블러핑(Bluffing, 허풍)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안이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자유진영의 무기고를 넘어 지구촌 글로벌 지정학 판도를 뒤흔드는 린치핀(Linchpin, 바퀴의 축에 꽂는 핀·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北 핵 사용 강압하 지대함미사일 동원한 NLL 무력화 시사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자신감을 보이며 그동안 NLL 무력화를 관철시키지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무력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 18일 인민군 서부지구 포병부대에서 남한 전역을 타격권으로 두는 600㎜ 초대형방사포의 사격훈련을 지도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KN-25'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지칭하는 이 방사포에 전술 핵탄두를 장착해 목표상공에서 공중폭발 하는 모의시험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사시 핵탄두의 폭발 효율을 극대화해 사용하겠다는 노골적 핵 강압으로 간주된다.

북한은 바로 다음날인 3월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무기체계 개발 일정에 따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앞서 2월 14일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면서 새로운 대남 군사작전 계획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방침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한국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이라는 선을 고수해보려고 발악한다며, 이제는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보도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공개적 지시와 방향 제시는 전투함 전력에서 대남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앞으로는 과거의 서해교전에서처럼 북한의 전투함으로 우리의 전투함에 대한 직접 도발보다 지대함미사일로 타격하는 방식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유진영의 무기고 넘어 린치핀으로 급부상한 대한민국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대(對)러시아 전략이 바뀌면서 유럽의 군사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이 글로벌 군사지정학적 질서를 뒤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가 등장했다"며 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가는 의외로 체급이 무겁지 않은 대한민국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거대한 중국 바로 옆에 붙어 미국의 군사보호 우산 아래에서 있는 중간 규모의 나라가 세계의 군사지정학 균형을 바꾸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한국을 매개로 세계 곳곳에서 기존 지구촌 질서를 변경하려는 북·중·러에 대한 대응전선이 형성되고 있으며 경제에서도 이를 강화시키는 촉매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역내 주니어헤비급 강국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미국·프랑스·러시아와 어깨를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은 무기수출 빅4로 진입하려는 야망을 품고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을 완벽히 조화시키는 린치핀이 되어가는 조짐이 나날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 유럽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미 핵 동맹 격상, 한미 NCG 강화..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대한민국이 세계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급부상한 것은 한미동맹 강화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에 의해 한미가 핵동맹으로 격상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 이전에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침공으로 비핵 재래식 전쟁이 터진다면 미국이 당연히 군사동맹으로 개입 참전하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면 미국이 핵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핵전쟁을 불사하고 과연 개입할 수 있겠는가에 상당한 의문이 존재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이 창설됐다.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미 양 정상은 또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유사시 핵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한국은 이와 함께 전격적 한일관계 개선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중·러에 대응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전환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북한에 핵 위협애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미국 핵전략의 변화, 한국 독자적 3축 체계 강화에 박차

미국 F-35 합동 프로그램 사무국(JPO) 대변인은 올해 1월 지난 약 4년 동안의 투하 실험을 마무리하고 미국 F-35A가 합동 타격 전투기(Joint Strike Fighter)로 공식적으로 B61-12 전술열핵중력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작전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이중 능력'을 갖춘 가공할 전략 무기가 되었다는 의미라는 평가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독자적인 전력 증강 강화를 위해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올해 6조9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한반도 상황은 1948년 남북한에 분단정권이 수립된 후 1950년까지 북한이 무력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갔던 시기와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상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연결되었던 시기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또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복합도발을 조기에 억제할 수 있도록 군사적 균형에 기반한 다양한 억제력 현시작전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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