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최악 테러 참사… 美 "IS가 배후" 러 "우크라 소행"

      2024.03.24 18:27   수정 : 2024.03.24 18:27기사원문

러시아에서 20년만의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130여명이 사망했고 중상자도 수십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배후라고 주장했다.



■20년 만의 최악 테러 사고

23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의 크로커스시티홀 공연장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3명, 부상자는 121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부상자 가운데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4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20년 만의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무장 괴한 최소 4명이 공연장에 난입, 청중 6000여 명을 향해 자동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 뒤 최소 두 차례 폭발물이 터져 화재도 발생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테러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검거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러시아 시민들이 아니다. 러시아 관영 통신사 리아(RIA)노보스티는 체포된 용의자들 모두 러시아어가 '매우 서툴다'면서 용의자 가운데 한명은 "통역을 통해 타지크어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아울러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스스로를 '전도사 보조'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테러 공격을 끝내면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뒤에 "나중에 100만루블(약 1460만원)을 더 받기로 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 IS "우리가 했다", 미국도 IS 지목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던 IS는 2019년 시리아 내 마지막 근거지였던 바구즈가 함락되면서 세력을 크게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에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다고 밝힌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도 테러 배후로 IS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국가 안보위원회의 애드리앤 왓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왓슨 대변인은 이달 초 IS의 테러 공격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또 3월 7일 러시아 주재 미국인들에게도 공개적으로 테러 공격 위험을 경고하는 권고문을 발표했다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IS를 배후로 지목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3일 이집트 엘아리시 국제공항 기자회견에서 "IS는 테러조직으로 전세계 일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IS를 이번 모스크바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구테흐스는 국제 공조를 통해 IS와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배후"

그러나 러시아는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우크라이나 접경을 넘으려 했다면서 이들이 테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FSB는 또 핵심용의자 4명이 모스크바 남서쪽 약 300㎞ 지점의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면서 브랸스크가 우크라이나 접경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 5선에 성공한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심각한 안보 구멍을 마주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개입설을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면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우크라이나에 마련돼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 애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국, 각 국제기구 정상들은 일제히 이번 참사을 애도하고,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IS를 규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IS가 주장하는 테러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희생자 유족들, 부상자, 그리고 러시아 시민들과 연대"를 나타냈다.

러시아와 앙숙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도 폴란드는 "이 무자비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다만 이번 테러를 빌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확대하거나 전쟁 범위을 넓혀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테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미국 역시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번 테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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